하늘나라의 과학자들1

이번 시간에는 페친중의 한 분인 ‘그래서’님으로부터 받은 몇 권의 책 중 하나를 골라서 읽어보았다. 이 책은 길게 말할 것 없이, 그냥 유명한 과학자들의 위인전이다. 거기에 종교적인 색이 좀 진하게 입혀져 있을 뿐.

과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책 내용이야 이미 어릴적에 다 읽어본 내용들이고, 이 책의 특징을 찾기 위해서 먼저 머릿말을 읽어보았다. 뉴턴, 파스퇴르, 갈릴레이, 케플러, 파브르, 멘델, 레오나르도 다 빈치, 파스칼, 폰 브라운 등등이 유명한 과학자라고 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들이 모두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현대과학의 씨앗을 발아시킨 과학자들은 대부분 기독교인이었다고 한다. 자, 그러니까 여러분도 교회를 다니면 과학자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 저자는 대충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한 것 같은데, 만약 진심으로 과학자가 되려는 어린이, 학생, 청소년, 청년 등이 있다면 이런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의심해 봐야 한다. 현대과학은 서양, 특히 유럽에서 발달했고, 당시에 유럽에서 크리스천이 아닌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본인이 크리스천이 아니라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까 이건 인과관계를 거꾸로 쓴 것으로, 서양에서 현대과학이 발달했고, 서양에서 유행하는 종교는 기독교였으니까 당연히 현대과학을 발달시킨 과학자 중에 기독교인이 압도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다. 교회를 다니고 하나님을 열심히 믿어서 과학자로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교회를 열심히 다닐 정도로 성실한 인간이다보니 연구도 성실하게 해서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한 해석일 것이다.

저자는 이 머릿말에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해서 “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이며 과학이 없는 종교는 눈먼 장님과 같다”고 했다. 그 아인슈타인이 다음과 같은 말도 했다는 건 모르셨던 것 같다.

“내게 신이라고 하는 단어는 인간의 약점을 드러내는 표현이나 산물에 불과하다. 성서는 명예롭지만 꽤나 유치하고 원시적인 전설들의 집대성이며 아무리 치밀한 해석을 덧붙이더라도 이 점은 변하지 않는다. ” (위키백과 참고)

중간에 린네, 멘델, 파스퇴르, 파브르 같은 생명과학자들의 업적과 생애를 소개할 때에는 당연히 이 사람들의 연구가 진화론을 부정하며 창조론이 진리임을 밝혀주고 있다고 쓰고 있다. 사실은 전혀 당연하지 않은데, 이들이 연구하던 시대에는 진화론이 나오기 전이었고, 이들의 이론은 생명의 기원이 진화했든 창조되었든 아무 상관 없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사실 재밌는 부분은 이게 아니라 부록인데, 부록에 실린 ‘공룡 – 사람과 함께 살았다’는 부분과 ‘하나님이 금하신 음식물’이 바로 그것이다. ‘공룡-사람과 함께 살았다’는 공룡과 인간이 공존했었으며, 따라서 창조론이 진리라는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별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창조론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굉장히 골치아픈 일이기 때문에 다음 기회로 넘기도록 하고,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하나님이 금하신 음식물’이다.

하나님은 성경에서 피의 생식을 금지했고, 그 이유는 피는 생명의 물질이라 하나님이 그 주인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 뒤에 과학적인 이유를 설명하는데, 생물체 내의 독소는 혈관을 통해 체내의 지방에 축적되는데 노폐물과 독소를 운반하는 혈액을 먹는 일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에이즈가 부정한 피와의 접촉에 의한 병이라고 한다. 사실 종교적인 이유로 피를 먹지 말라고 한다면 그것을 두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걸 과학적인 이유로 포장하면서 성경에 좋은 말씀 써 있고 과학적으로도 옳다고 한다면 그건 좀 비판하고 싶다. 참고로 나는 선지해장국을 매우 좋아한다.

종교적인 이유와는 별도로, 혈액은 꽤 영양만점인 식품이다. 이 책에 적혀 있듯이, 혈액은 영양분을 공급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당연히 그 영양분은 우리 몸에도 필요한 영양분이다. 혈액에는 단백질, 철분 등이 풍부하다. 그리고 정상적인 경로로 유통된 식용 혈액이라면 거기에 독소가 있을 가능성은 없다. 생물체 내의 독소를 운반한다고 해서 뭔가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 독소는 대체로 단백질의 대사생성물인 요산이라든가 호흡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 정도가 있다. 물론 그건 우리 몸에도 있으며, 선지국을 아무리 배부르게 먹어봐야 그걸로 먹을 수 있는 독소의 양은 우리 몸에 이미 있는 것에 비해 적을 수 밖에 없다. 참고로 이산화탄소는 탄산음료에도 많이 들어있으니, 혈액 섭취를 금지하려면 탄산음료도 금지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에이즈가 부정한 피와의 접촉에 의한 병이라고 하는데, 사실 피 때문에 에이즈에 걸리는 경우는 피를 빨아먹어서 그런게 아니고 감염된 피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다. 참고로, 에이즈는 인간에게 전염되는 병이고, 사람 피는 어차피 아무도 먹지 않을테니, 에이즈 피를 마실 일은 없다. 물론 에이즈 보균자의 피를 마신다 하더라도 뱃속에서 소화가 될 뿐 먹어서 에이즈에 걸릴 일 또한 없다. 에이즈 걸린 피를 수혈받는 경우에는 피 때문에 에이즈에 걸릴 수 있는데, 이건 성경 말씀을 안 들어서 생긴 일이 아니라 그냥 의료사고다. 성경에는 생명을 소중히하고 아픈 사람을 고치라고 했으니 수혈을 금지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종교의 영역은 영적인 부분이고 과학의 영역은 물질적인 부분이다. 과학에서는 영적인 부분을 연구하지 않으며, 그런 점에서 과학과 종교는 명확히 분리된다. 많은 과학자들이 종교를 갖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모두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지는 않으며 다만 삶을 충실히 만드는 가르침으로 삼고 있다. 당신이 종교와 과학의 영역이 겹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때가 바로 시험에 드는 순간이다.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종교와 과학을 엄격히 분리하도록 하자.

흥미로운 책을 기증해주신 ‘그래서’ 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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