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주의보

주의사항: 이 글에서는 ‘백신 주의보’라는 책이 얼마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백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하겠다는 취지로 쓰여진 책인 것 같긴 한데, 일단 국가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승인된 백신의 안전성은 믿어도 좋다는 걸 알아두자.

오래간만에 적어 보는 마도서 리뷰다. 이번에 살펴보려는 책은 ‘오로지’라는 사람이 저술한 ‘백신 주의보’라는 책이다. 일단 표지부터 굉장히 무섭게 되어 있는데, 이런거 보고서 백신을 못 믿게 되는건 정말 말도 안된다.

저 내용 전부를 반박하는건 시간낭비이고, 의미가 없기 때문에 몇가지만 살펴보려고 한다. 먼저, 감수를 담당했다는 조선대학교 김영곤 명예교수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https://www.newswire.co.kr/newsRead.php?no=115291

위의 뉴스 기사를 보면, 김영곤 교수는 분자생물학 전공으로, 연구 분야가 프리라디칼과 항산화제 부분이다. 그렇다면 백신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쉽게 말하면, 아무 관련이 없다.

다음의 설명을 통해서 쉽게 이해해 보자. 우리 몸 속에서는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애초에, 인간이 먹고 자고 싸고 움직이고 숨쉬는 것 자체가 모두 화학반응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화학반응이란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와 원자들이 서로 달라붙거나 쪼개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재료가 좀 남거나 부족하거나 할 수 있는데, 그 때 남은 것들 중 반응성이 강하게 남아있는 것들을 프리라디칼(Free radical)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그냥 놔두면 그 반응성 때문에 주변에 있는 멀쩡한 분자들을 부수거나 변형시킬 수가 있으므로 반응성을 없애줘야 하는데, 그 때 사용하는 것이 항산화제이다. 전공 수준으로 들어가면 좀 더 엄밀한 설명이 있겠지만, 일단 대충 이정도로만 알아둬도 좋다. 이게 백신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물론 거의 관련이 없다. 백신을 만드는 과정에서 분자생물학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실험 기구와 화학물질들이 사용된다는 것 정도가 억지로 맞춰본 관련성이다.

그러므로, 어느 대학의 무슨 교수가 감수를 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뭔가 책의 진실성, 진리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면 이런 책의 감수는 부탁을 받자마자 거절했을 것 같지만, 아무튼 그건 개인의 선택이므로.

그럼 이제, 책을 펼쳐보자. “제 1장 백신을 맞은 아이들과 맞지 않은 아이들을 비교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첫 장이 시작된다. 1장에서는 안소니 모슨 교수팀의 연구를 소개하면서, 백신을 맞은 아이들이 병에 더 많이 걸린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 일단 그 주장이 맞는지는 둘째치고 이 연구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 책에서 밝히고 있듯이, “모슨 교수팀의 연구비는 백신으로 피해를 본 아이의 부모들이 제공했다”고 한다.(42쪽)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 정부와 공공재단에서 이 연구에 돈을 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문제는, 연구비가 어디서 나왔는가는 연구 결과가 얼마나 믿음직한가에 대해 중요한 척도라는 것이다. 즉, 이 연구의 결론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연구주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단체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은 연구라면 연구의 결론을 믿기 어렵다. 예를 들어, 담배회사에서 연구비를 지원한 담배의 유해성 연구의 경우, 대부분 별로 유해하지 않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1장에서 소개하는 안소니 모슨 교수의 연구 논문은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oatext.com/Pilot-comparative-study-on-the-health-of-vaccinated-and-unvaccinated-6-to-12-year-old-U-S-children.php#gsc.tab=0

이 논문을 인용하는데 있어서, 오로지 저자는 본인의 주장을 강화하는 근거들만 가져오고 약점은 가져오지 않고 있다. 내가 의학 분야 전공자가 아니어서 전부 다 의심할 수는 없지만, 몇가지 빈틈이 보인다. 먼저, 어떤 종류의 백신을 맞았는지 안 보인다. Fully-vaccinated라고 하는 걸로 봐서, 국가에서 권장하는 백신의 종류가 있고 그걸 전부 다 맞은 경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튼 그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다. 이어서 Partially vaccinated의 유병률을 비교하고 있는데, 백신을 전부 다 맞은 경우와 일부만 맞은 경우에 대한 비교이다. 이 수치를 보면 흥미로운게, 백신을 다 맞은 경우랑 일부만 맞은 경우에 유병률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건 백신 전부가 문제가 아니라, 많이 맞은 특정 백신의 유병률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이 연구를 근거로 하면 어떤 백신이 문제가 있다고 의심할 수는 있어도, 백신 전체가 문제라고 결론짓기는 어렵다.

이 책의 저자 오로지는 그러면서, 이 연구에서 병으로 이야기한 아토피, 자폐증, 신경발달장애 등이 위험하다고 하고 있는데, 정작 어떤 백신에 대한 효과인지는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백신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질병보다 백신을 맞지 않았을 때 걸리는 질병이 훨씬 위험하다면, 백신을 맞는게 더 낫다는 점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 즉, 이 논문을 근거로 해서 백신이 아이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백신을 맞을 때와 안 맞았을 때 부작용으로 걸릴 수 있는 질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고, 백신이 어떤 병을 걸리지 않도록 돕는지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럼 백신이 아이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결론을 낼 수 없다. 즉, 저자의 주장대로 백신에 맞지 않은 아이들이 자폐증에 안 걸릴 수는 있다고 쳐도, 이 책에서는 그보다 더 위험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46쪽을 보면 “모슨 논문의 암시는 부모의 판단이 전문가보다 낫다”고 적혀 있다. 물론 백신을 맞은 후, 아이들이 심각한 질병에 걸린 경우, 그 부모들의 심정은 충분히 공감이 된다. 그리고 백신에 대해 불신이 생기는 것도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백신을 비롯한 방역 전문가들은 굉장히 많은 사례들을 접하고, 백신에 의한 부작용을 얼마나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통계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부모가 본 사례는 자신의 자식들, 몇몇이지만 전문가들이 국가 단위로 수집한 자료에서 보는 사례는 수백만에 달한다. 각 자녀들의 개별적인 건강 상태는 부모가 더 잘 알겠지만, 백신의 효용에 대해서는 방역 전문가들이 당연히 더 잘 안다.

자, 아무튼 첫 장의 결론은 “백신은 문제가 심각한데, 백신회사와 정부가 돈을 벌기 위해서 이 모든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몬산토가 GMO의 유해성을 알리는 걸 방해하는 공작을 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모슨의 논문도 방해받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둘은 별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백신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하는 논지로 채워져 있다. 그에 대해서, 백신의 부작용 사례를 모아서 제시하고 있으며, 부작용으로 나쁜 일이 일어난 사례를 연구한 논문으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자료조사를 열심히 해서 이 책을 썼다는 점은 인정할만하다. 다른 마도서에 비해서 이것만큼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이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서 조심해 보자는 단순한 발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이 책에서 백신의 효용과 장점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백신을 맞은 경우 몇 배나 높은 유병률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인용한 논문들은 대체로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은 것들이다. 그리고, 백신의 표적이 되는 질병이 어떤 것들인지, 그 병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서 별다른 논의 없이 부작용만을 일방적으로 다루고 있다.

224쪽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의료저널에 발표되는 논문의 90%는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이게 사실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백신에 문제가 있다는 논문의 90%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결과 아닐까? 225쪽에 적혀 있듯이, “근본적인 문제는 연구비를 제공하는 측과의 과학자외의 이해상충이다”라고 한다. 그럼 백신에 문제가 있다는 논문은 이해상충이 없나?

세상을 음모론의 틀에서 해석한다면 어떤 사건, 어떤 주제로도 흑막을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문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것인가를 따지는 것이다. 당연히, 제약회사든 과학자들이든 다들 돈 때문에 일하고, 돈 때문에 약을 만들고, 돈 때문에 백신을 만들어서 팔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연구자들, 다른 회사의 연구 결과를 매의 눈으로 감시하고, 의심하며, 오류와 잘못을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즉, 회사들 전체가 연합해서 약을 적당히 팔아먹는것보단, 다른 회사의 부정한 사안을 저격해서 몰락시키는게 훨씬 더 이익이 된다. 왜 그렇게 하지 않는가? 그럴만한 껀수가 없으니까 그렇다. 거짓말은 더 큰 위기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는, 매우 이기적이고 욕심많은 사람들이 굴리고 있기 때문에 뭔가 음모가 있을 것 같지만, 모든 놈들이 다 이기적으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담합해서 적당히 나눠먹는다는건 훨씬 어려운 일이다.

아무튼, 이 책을 직접 읽어보려는 분들은 굉장히 비판적인 자세로 읽기를 바란다. 비판적인 고민 없이 이 책의 결론만을 받아들인다면 당신이나 당신 주변인들의 건강은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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