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구한 것들

어차피 논문으로 나온 성과가 없어서 역시 믿거나 말거나지만, 대학원에서 뭐 했나 훑어보면…

광섬유 Flame-brushing 장치 셋업. 광섬유를 녹여서 잡아당겨서 1마이크로미터 이하 굵기로 가공하는 장치. 가스불꽃이랑 전기 히터를 선택해서 쓸수 있고, 가공이 끝나면 자동으로 패키징하는 설비까지 만들었다. 뭐, 1마이크로미터 또는 그 이하의 굵기를 가지는 광섬유를 수십밀리미터 길이로 가공할 수 있는 설비는 전 세계 실험실에서도 몇 군데 없을거라고 자부한다.

광섬유에 진동을 줘서 모드를 바꾸는 Acousto-optic mode filter를 만들었고, 여기서 생기는 모듈레이션 신호를 분석했다. 저기서 “모드”란 레이저 빔이 생긴 모양을 뜻한다. 아무튼, 빛이 광섬유의 진동과 상호작용할 때 다중산란에 의한 모둘레이션 신호를 해석적으로 풀었는데, 지도교수님이 별 의미가 없는 문제라고 해서 논문으로 쓰지는 못했다. 난 아무리 찾아도 누가 푼 것 같지는 않은 문제였지만…

간섭계 없이 이미지 한장 찍은 것만으로 광섬유 모드의 구성 성분을 알아낼 수 있는 Non-holographic mode decomposition을 제안했었다. 이것도 지도교수님을 설득하지 못해서 논문으로 쓰지는 못했는데, 1년후 누가 똑같은 아이디어로, 내가 쓰려던 내용 그대로 논문 냈더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연구실 아니었음 누가 훔쳐간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지름을 가지는 광섬유 굵기를 저배율 광학현미경으로 찍어서 10나노미터 정도의 정확도로 추정해내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세계최초로 한 건 아니고, 다른 연구팀에서 성공한 연구이긴 한데,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몇가지 문제점을 개선해서 제안했다. 이것도 교수님이 별 의미 없다고 해서 논문으로 내지는 못했지만…

수백 나노미터정도의 굵기를 가지는 광섬유에 수 와트급의 연속레이저를 집어넣어서 생기는 뭔가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뭐, 이건 이미 해석된 현상일 것 같긴 한데, 선행연구논문에서 비슷한 현상을 찾아내지는 못했었다. 어쨌든 해석이 안되서 논문으로는 못 냈지만. 학회 발표하고 끝났다.

광섬유만을 이용한 펄스 레이저도 만들어 봤고, 온갖 측정장치와 실험장치를 랩뷰와 파이썬으로 자동화시켜서 실험하고 데이터를 컴퓨터로 갖고 오는 부분을 열심히 했다. 소소하게 연구실에 있는 다른 친구들 실험에 도움 준것도 많다. 그 친구들 논문에 후순위 공동저자중 하나로는 다 들어갈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 생각이지만.

그래서 원래 하려고 했던건 Third order spontaneous parametric down conversion이었다. 그래서 단광자 검출기도 잔뜩 사놓고 있었는데, 작동되는지 켜본게 전부다. 젠장.

누가 9년간 대체 얼마나 놀았길래(…) 대학원 졸업을 못하냐고 할까봐 새벽 감성에 취해서 몇 자 적어보았다. 저 주제가 엄청 어려운 것들은 아니어서 토탈 9년간 할 정도로 어려운 게 아니긴 한데. 내가 못한건 지도교수님 설득이지 연구가 아니다. 연구윤리 문제가 있어서, 저걸 이제와서 나 혼자 논문으로 낸다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외부에 말하거나 하는건 곤란하지만, 어쨌든 이정도는 얘기해도 되겠지. 혹시 저런 주제에 관심있는 분은 지도교수님 연구실로 연락하면 된다. 그게 거기서 공동연구 논문으로 나오면 아마 내 이름도 들어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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