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

집에 오는 길에, 시청 앞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참이었다.

내 옆에, 아저씨 둘을 꼬셔서 술집으로 데려 가려는 호객꾼의 대사가 들려온다.

“형, 싸게 드릴게요”

“얼만데?”

“두당 18만원”

“뭐야, 비싸잖아”

“에이, 싸잖아요”

뭐…대화의 내용에서 건질만한 건 18만원이라는 술값.

혼자서 18만원이라…

두명이서 36만원인데, 그 돈이면 해피해킹 키보드 1대와 애플 무선키보드 1대를 살 수 있다.

책을 산다면 10권 정도 살 수도 있다.

밥을 먹으면 72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하루 3끼씩, 14일치다. 하루에 2끼만 먹으면 한달을 버틸 수 있는 돈이다.

PC방에서 죽치고 있으면 360시간, 즉 15일을 지낼 수 있다. 야간 정액 할인이나 하루종일 정액으로 끊으면 더 많이 버틸 수도 있다.

내가 누군가를 비웃을 자격은 없겠지만, 자격이 있어야만 비웃는건 아니다.

갑자기 그렇게 돈을 쓰는 사람들을 비웃고 싶어졌다. 누구는 천원짜리 한장이 없어서 하루 굶고 사는데 누구는 하루 술값으로 수십만원, 수백만원을 쓰는구나. 그리고, 나도 그렇게 돈을 많이 쓰는 편에 서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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