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크로 이루어진 세상

한스 그라스만 저.내가 지금까지 읽은 교양 수준의 물리학 책 중에서 최고라 생각하는 책이다. 대가가 쓴 책 답게 내용이 충실하고(번역도 나쁘진 않다) 대가가 쓴 책 답지 않게 내용이 쉽다. 만약 물리학이 뭔지 잘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이 어렵다고 해서 어려운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물리학이 뭔지 궁금해서 한번 알아볼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볼만 하다. 쉬워야 할 부분은 쉽게, 어려워야 할 부분은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난 그만큼 쉽게 설명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만약 물리를 전공하지 않은 누군가가 나에게 물리를 물어본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첫 챕터를 읽으면서 물리학이 어떤 과목인지 굉장히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첫 챕터의 제목은 “이리넬의 도망”이다. 이리넬이라는 친구가 독재자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왜 물리학을 공부했는지 이야기하는데, 이 시점에서 나도 물리학을 꽤 공부했다고 생각했으나, 물리학이 가지는 본질적 특성에 대해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게 짚는 설명은 보지도 못했고 생각도 못했었다. 즉, 독재자가 현실을 비롯한 모든 것을 왜곡하더라도, 그 독재자는 물리학만큼은 왜곡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독재자가 핵무기를 만들고 싶다면? 물리학자를 양성해야 하고, 그 물리학자가 공부하는 물리학을 독재자 취향대로 왜곡한다면, 핵무기는 절대 만들 수 없다. 물리학은 현실에 기반하면서도 왜곡할 수 없는 어떤 본질적이며 절대적인 법칙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물리학을 설명하는 방식은 독자가 단지 읽으려는 의지만 있으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열역학을 스무고개처럼 설명한다거나, 파동이 징그럽다는 걸 인정하고 그럼애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한다거나.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내가 만약 독일어를 읽을 수 있었다면 이 책을 원서로 구해서 읽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물리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교양 물리학 책에 실망했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많았다면, 나는 이 책을 대단히 강하게 추천한다. 이 책은 좋은 책이다. 꼭 읽자. 두번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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