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snowall

  • Melotopia 1-12

    공주와 아레스가 숲으로 걸어들어가자 한낮의 무더위는 사라지고 상쾌한 숲의 바람이 그 둘의 몸을 휘감았다. 공주는 문득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더 늦기 전에 되돌아 가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아까 그 위험한 남자들이 다시 자신을 붙잡아 갈 것 같았기 때문에 마을로 다시 되돌아 가기는 싫었다. 두 사람이 숲으로 들어오는 것을 그 사람들이 보지 못했기를 바랐지만, 아무래도 그건 틀린 것 같았다.

    “저 사람들, 어디까지 쫒아오려는 거지?”

    “왜?”

    “저쪽에서 아까 그 아저씨들이 오는 것 같아서.”

    “공주님 귀 좋네. 난 안 들리는 것 같은데.”

    숲으로 들어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용한 바람 소리에 섞여서 사람들의 말 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공주는 그들이 뒤따라 오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한참을 걸어 들어가자, 사람들의 말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지만 이제 숲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기 때문에 나는 바스락 소리에 뒤섞여서, 발걸음과 박자가 맞지 않는 다른 소리들이 들렸다. 해가 지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울창하게 우거진 숲은 어두울 정도로 햇살을 가리고 있었고, 한낮의 온기에 적응되어 있던 두 사람은 이제 오히려 서늘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였다.

    “안돼!!!!”

    “끄아아아아!!!!”

    저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아악!”

    비명 소리를 들은 공주는 놀란 바람에 그 자리에 귀를 막으며 주저앉았다.

    “뭐… 뭐야?”

    무서움에 잠시 눈을 질끈 감았지만, 곧 자신에게는 아직 별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천천히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음 들어왔을 때 보다 조금 더 어두워졌다는 것 외에는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숲 속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나름 꽤 걸었다고 생각이 드는데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에 또한 불안했다.

    “비명소리였어… 괴물이라도 있는 걸까? 누군가 잡아먹힌걸까?”

    “그런 얘기 하지 마. 무섭잖아.”

    살짝 떨리는 아레스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상상하며 공주는 다시 천천히 일어섰다.

    “아… 휴우…”

    하지만 다리가 아팠다. 하루종일 도망다니느라 뛰어다녔더니 이제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가 아파왔다.

    “흐응…”

    분명 어제 밤까지만 하더라도 루카가 이야기해주는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푹신한 침대에 파묻혀 잠들었었다. 왜 오늘은 아무 예고도 없이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리고 옆에 있는 얘는 누구지.

    “흑흑…”

    공주는 다시 주저앉아서 무릎을 끌어안고 앉았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소리내어 울고 싶었지만, 아까 그 비명이 만약 괴물에게 잡아먹힌 사람이 지른 것이라면 소리를 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입을 손으로 가리고 울었다.

    “이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공주의 어깨를 툭 쳤다.

    “꺄악!”

    공주는 드디어 괴물이 자기 울음소리를 듣고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왔을 거라는 생각에 화들짝 놀라며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이번에도 팔목을 붙들리면서 좌절되었다. 공주는 다시 한번 손에 쥐고 있던 후라이팬을 보지도 않고 휘둘렀다.

    까앙!

    “이런 이런, 위험하잖아.”

    그 말에 공주는 눈을 뜨고 자신의 팔목을 붙들은 존재를 제대로 쳐다보았다. 일단 사람처럼은 생긴 것 같았다. 그 사람은 공주의 후라이팬을 자신의 손목에 있던 팔찌로 막아낸 상태였다.

    깡그랑.

    그리고 그 때 후라이팬이 휘어지면서 손잡이가 떨어졌다.

    “어맛! 미안해!”

    그제서야 공주는 후라이팬을 버리고 그에게 사과했다.

    “그건 다시 안 휘두를거지?”

    그가 공주의 팔목을 붙들고 있던 손을 놓았다. 공주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일단, 아까 자신을 뒤쫒아오던 사람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어두운 가운데서도 환하게 빛나는 눈부신 피부를 아까 그 남자들에게 비교한다면, 그건 그 자체로 죄를 짓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너는 누구…야?”

    “나는 레스톨, 이 숲에 살고 있어. 너희 인간들은 나를 엘프라고 부르지.”

    “응? 레스톨?”

  • 함수를 함수로 미분하기: 변분

    물리학 문제를 풀다보면 흔히 변분 문제를 풀어야 하고, 변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라그랑지안이라는 함수에 관한 함수를 함수로 미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단은 흔한 미분법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frac{d}{dx} f(x) = \lim_{\Delta\rightarrow 0} \frac{f(x+\Delta)-f(x)}{\Delta}

    이 경우 f(x)는 변수가 1개인 함수이고, 그 값도 스칼라로 주어져 있게 된다. 여기서 x을 x=\vec{a}\cdot\vec{v}로 정의해 보자. 그리고 \vec{v}=(v_1,v_2,...v_n)이라고 해 보자. 그럼 이제 다음과 같은 미분이 가능해 진다.

    \frac{\partial f}{\partial v_i}=\frac{df}{dx}\frac{\partial x}{\partial v_i}

    여기서 x=\vec{a}\cdot\vec{v} 라고 했으므로 \frac{\partial x}{\partial v_i}=a_i가 성립한다. 즉, 다시 쓰면 다음과 같은 식이 성립한다.

    \frac{\partial f}{\partial v_i}=\frac{df}{dx} a_i

    그럼 i는 인덱스인데, 이 인덱스를 연속화 한다면 어떻게 될까? 벡터 \vec{a}\vec{a}=(a_1,a_2,...,a_n) 으로 주어져 있고, 이 벡터는 일종의 유한수열이다. 또, 수열은 인덱스 i가 주어지면 그 인덱스에 해당하는 값인 a_i을 주기 때문에 일종의 함수로 볼 수도 있다. 그럼 일반화시켜서 \vec{a}=a(t)라고 해 보자. 과감하지만 그렇게 봐 보자. 이 경우에도 \vec{a}는 벡터이며, 거기에 해당하는 함수 \vec{v}=v(t)와 내적도 잘 정의된다.

    \vec{a}\cdot\vec{v}=\int a(t)v(t)dt

    이걸 다시 앞에서 썼던 f(x)에 넣고 위와 비슷한 방식의 편미분을 취해 보자.

    \frac{df}{d(v(t))}=\frac{df}{dx}\frac{\partial x}{\partial v(t)}

    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안 이상하다면 이상한 것이므로 여기서 당신은 이상하게 여겨야 한다. 앞에서 인덱스 i를 이야기 했을 때에는 자연스러웠는데, 그걸 연속화해서 변수 t를 쓰니까 뭔가 이상하다. 그렇다. 이상하다. 따라서 여기서는 “미분”이라는 것의 정의를 따라가야 한다. 편미분에서 시작했으니 편미분의 정의를 다시 살펴보자.

     \frac{\partial}{\partial v_i} f(x) = \lim_{\delta v_i\rightarrow 0} \frac{f(\vec{a}\cdot(\vec v+\delta \vec{v}))-f(\vec{a}\cdot\vec v)}{\vec{a}\cdot\delta \vec{v}}\frac{\vec{a}\cdot\delta \vec{v}}{\delta v_i}

    위의 극한을 이용한 정의는 앞부분과 뒷부분으로 나눠지게 되는데, 그중 앞부분은 df/dx와 같으므로 뒷부분을 연속화 하는데만 신경쓰면 된다.

    뒷부분은 인덱스 i가 주어져 있을 때 그 벡터의 변화량이다. 마찬가지로 매개변수 t가 주어져 있을 때 그 벡터의 변화량은 함수 자체의 변화량으로 주어진다. 따라서, 어떤 함수 v=v(t)가 주어져 있을 때, 그 함수의 변화량은 역시 어떤 함수로 주어지며 v+\delta v = v(t)+\delta v(t)이 된다. 이 때, 불연속적인 인덱스를 쓰는 경우에서 i이 바뀔 때마다 \Delta v_i이 바뀌어 가며 주어지므로 (즉, 극한으로 달려가는 속도가 각각 독립이므로), 연속적인 인덱스를 쓰는 경우에도 \delta v(t)는 매개변수 t에 관한 함수가 된다. 이제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frac{\partial x}{\partial v(t)}=\lim_{\delta v(t)\rightarrow 0}\frac{\vec{a}\cdot\delta \vec{v}}{\delta v(t)}=a(t)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수학자들이 들으면 천인공노할 만행이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정의하는 것이 변분의 엄밀한 정의는 아니다. 하지만 수열을 일반화한 것이 함수이고, 벡터의 내적을 함수에 대해 일반화한 것이 적분이라는 관점에서 편미분을 연속화해서 일반화한 것이 변분이라고 생각하면 변분법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Melotopia 1-11

    슬슬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두워 지기 전에 구출대 세사람은 성당으로 향했다. 검문소를 빠져나온 루카는 빠른 걸음으로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으로 가는 길목에서 루카는 길바닥에 뿌려진 붉은 자국을 보았다.

    “이건… 핏자국 같은데.”

    루카는 손가락으로 굳어버린 자국을 문질렀다. 아주 완전히 굳지 않아서 약간 끈적거리는 느낌과, 검붉은 색을 띠는 액체는 그리 많지 않다.

    “아저씨,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뭐요?”

    루카는 옆에 가게에서 남은 상품을 정리하고 있던 상인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아까 낮에 이 앞에서 싸움 같은게 있었습니까?”

    “싸움? 아아, 그래. 그거 있었지. 그래서 이 앞에 곡물거래소 사장이 아주 화를 냈었어.”

    “어떤 싸움이었죠?”

    “여자애 하나가 거기 사장한테 아주 반말을 하는거야. 지가 공주라나 뭐랬다나. 하여튼, 사장이 아주 화가 나서 그 여자애를 저기로 집어 던졌거든.”

    “네? 그 아이는 다쳤습니까?”

    “아니, 몇바퀴 구르긴 했지만 다치진 않았던 것 같아. 그런데, 그 다음에 갑자기 웬 남자들 여럿이 그 여자애를 붙잡으려고 달려들더라고.”

    “어떻게 되었습니까? 붙잡혔나요?”

    “아니지. 그 여자애가 갑자기 옆에 있던 후라이팬을 붙잡더니 정말 쾅! 하는 느낌으로, 알겠지? 그 남자 머리를 후려 친거야. 여기 피는 그 때 튄 것들이고.”

    “그리고 어디로 갔죠?”

    “모르겠어. 저쪽으로 달려가긴 했는데 나야 가게 봐야 하니까 그 다음은 못봤지.”

    “감사합니다!”

    루카가 보기에 머리를 그렇게 다쳤다면 분명히 치료를 받으러 성당으로 갔을 것이었다. 아무래도 단서를 찾아낸 듯 싶다.

    성당은 마을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지어져 있었다.

    “헤엑…헤엑…”

    성당의 정문에 도착한 루카는 시에나와 민트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대장, 이제 오시는군요.”

    “오래 기다렸나?”

    “아닙니다. 얼마 안 기다렸어요. 그보다 술집에서 들은 얘긴데요…”

    “아니, 그보다는 일단 이 안으로 들어간다.”

    “네?”

    이야기를 하려는 민트를 제치면서 루카는 성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왕실에서 나왔다.”

    “네에?”

    왕실에서 나왔다는 말에 문에서 손님을 맞이하던 수녀는 루카가 내보인 왕실의 문장을 확인하더니 바로 고개를 숙이고 예를 취했다.

    “일단 우리가 여기 왔다는 것을 알리지 마라.”

    “네, 알겠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급한 일이다. 이유는 나중에 알려줄테니, 혹시 아까 낮에 머리를 다친 자가 찾아오지 않았는가?”

    “네, 마침 그런 환자가 있었습니다.”

    “여럿인가?”

    “네, 머리를 다친 환자가 오늘따라 꽤 들어왔습니다.”

    “그 자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게.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성당의 모든 문을 폐쇄한다. 내 허락 없이 아무도 빠져나가서는 안된다.”

    “이 성당의 문은 이곳 뿐입니다. 봉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수녀는 자물쇠로 문을 잠그고, 경비병에게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하도록 지시한 후 세 사람을 병실로 안내하였다.

  • Melotopia 1-10

    작정 달리기 시작한 공주는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들과, 점점 다가오는 마을의 끝을 보게 되었다.

    “내가 잡힐줄 알고? 절대로!”

    숨이 턱에 차오르고 있었지만, 여기서 잡히면 더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손에 들고 있는 무기는 후라이팬 하나. 저쪽은 건장한 남자 둘이다. 그리고 점점 길의 끝도 공주를 향하여 다가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막다른 골목이다.

    “헉..헉… 너, 이제 도망 못가니까 포기해라! 하아…하아…”

    세사람 모두 지쳤지만, 남자 중 하나가 공주에게 말했다.

    “싫어! 베~”

    공주는 혀를 내밀며 거부한다는 뜻을 보였다.

    “이게! 너 잡히면 보자!”

    잠시 숨을 고른 두 남자가 공주에게 달려들었다. 공주는 다시 있는 힘껏 후라이팬을 휘둘렀다. 하지만 도망치느라 너무 힘들었는지 손에 힘이 풀리면서 후라이팬이 날아갔다.

    “아앗!”

    날아간 후라이팬은 앞에 있던 남자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깡!

    그리고 뒤에서 같이 달려들던 남자의 안면에 명중했다.

    “윽…”

    후라이팬을 얼굴에 세로로 얻어맞은 남자는 고통을 못 이기고 쓰러졌고, 앞서서 달려들던 남자는 잠시 주춤했지만 자신이 맞지 않은 것을 알고 다시 달려들었다. 그 순간, 뒤에서 다시 날아온 아까 그 후라이팬이 그의 뒤통수를 때렸고, 그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제서야 흐릿하게 자기 뒤에 소년 하나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공주님?”

    “너? 음…너, 일단 이쪽으로 가자!”

    두 소년 소녀의 재회는 나눌만한 추억은 없었고, 상황은 긴박했다.

    “잡아라!”

    두 사람이 무작정 뛰어서 골목을 벗어나자 마자 또다시 다른 두명이 공주를 발견하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공주는 그 두사람을 피해서 다시 골목을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일단 벗어나야만 한다는 생각에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계속 달려가던 공주는 문득 길가의 집들이 사라지고, 어느새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는 것을 알았다.

    “숲이다.”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멈춰선 두 사람에게 길거리는 너무 더웠다. 분명히 오전에는 학교 입학식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지금 왜 이 무더운 길거리를 뛰고 있는 것인지. 오후의 태양에 이성이 살짝 마비된 공주는 시원한 숲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숲으로 들어가면 저 나쁜 아저씨들이 자기를 찾기도 어려워질 것이고, 어쩌면 샘물이 있어서 목을 축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들어가자.”

    그녀는 울창한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옆에 서 있던 아레스는 영문도 모르고 그녀가 이끄는 대로 숲으로 끌려갔다.

  • Melotopia 1-9

    “저희가 누군지는 나중에 알려드리죠. 지금 그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잖아요?”

    민트가 그 아저씨의 팔에 조금 더 달라붙으며 물어봤다.

    “아, 음…”

    “누굴 보셨다고 한 것 같은데…”

    “지가 공주라고 하는 미친년을 봤어.”

    “어디서 보셨죠?”

    “가게 앞에서 봤는데, 그건 왜…”

    “오빠, 지금 왜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민트가 그 아저씨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줘 봐요.”

    시에나가 그에게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러니까, 아까 낮에, 가게 앞에서 웬 꼬마애가 나한테 반말로 물어보더라고. 여기가 어디냐고. 그래서 웬 미친년인가 거지인가 싶어서 밖으로 내던졌지. 그랬는데, 걔가 갑자기 도망쳤어. 그러더니 남자들 여럿이 그 뒤를 쫒아가던데. 내가 본 건 여기까지야. 더는 몰라.”

    “아, 그랬군요. 고마워요.”

    더 이상 말이 나올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자기가 본 것을 본 대로 이야기 한 아저씨는 자기에게 말을 걸던 아가씨의 손목을 붙잡았고, 뒤이어 팔이 빠진듯한 아픔과 함께 정신이 아득해졌다. 덕분에 본인의 몸이 두바퀴 정도 굴러가고 있는 것은 느끼지 못했다.

    한편, 검문소에 들른 루카는 검문소 병사들을 만나서 낮에 수상한 일이 없었는지 물어보고 있었다.

    “낮에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요만한 여자애가 여기를 지나가지 않았는가?”

    “여자애가 여기를 지나간 일은 없습니다. 기록에도 없고요. 아이들은 보호자가 없이는 혼자서 국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 규정이라, 그런 아이가 있었다면 분명히 돌려보냈을 겁니다.”

    “놓치거나, 아니면 누군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끌려 간 것도 없는가?”

    “일단 여기 검문소를 지키던 병사들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는가? 막내 공주님께서 납치되셨다.”

    “네에? 아니 그런!”

    “아무튼, 공주님을 보지 못했다면 여기서 더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겠군. 자네들은 보다 철저히 짐을 수색하고, 의심스러운 자들이 있으면 일단 붙잡아 두도록. 특히, 열 두살 정도의 여자 아이가 있다면 반드시 붙잡아 둔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왕궁에서 파견나왔다는 이야기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검문소 소장은 자신들이 잘못한 것이 아직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루카를 사무실 입구까지 배웅하였다.

    “안녕히 가십시오. 꼭 공주님을 찾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수고하게.”

  • Melotopia 1-8

    역참에서 말을 바꾸고 다시 반나절을 달린 루카 일행은 지평선에 걸쳐지려고 하는 태양을 보며 서쪽 국경의 무역시장에 도착했다. 무역시장은 시장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도시이다. 높은 건물이 없는 대신에 넓은 땅에 시장 전체가 펼쳐져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 중에서 성당은 높은 첨탑으로 둘러싸인 건물이어서 시장 어디에서나 고개를 들면 볼 수 있었다.

    “여기서는 나누어서 찾아보자. 민트와 시에나는 술집에 가서 소식을 알아보고. 나는 검문소에 들러서 알아보고 성당으로 갈테니, 조사가 끝나면 성당에서 보자.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해도 해가 완전히 지기 전까지는 성당으로 오도록.”

    “네, 대장님.”

    말을 입구의 마방에 맡기고 입구에서 둘로 나누어진 구출대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민트와 시에나는 입구에서 가까이 있던 술집 <지친 거래자들의 쉼터>로 들어갔다.

    “맥주 두잔이요”

    두 사람은 바에 앉아서 바텐더에게 맥주를 주문했다.

    “아저씨, 혹시 공주님에 관한 소문 들은거 없어요?”

    민트가 바텐더에게 공주의 이야기를 물었다.

    “글쎄, 요새 들은건 없는데? 본적도 없는 공주님의 이야기라니”

    “민트, 방법이 틀렸어. 이렇게 물어봐야지”

    시에나가 바텐더의 손을 붙잡으며 다시 물어보았다.

    “오빠, 혹시 공주님에 관한거 알면 알려주세요~”

    바텐더는 시에나의 부드러운 손이 자신의 손을 붙들자 살짝 놀랐다. 그리고 손을 놓았을 때, 자신의 손에 묵직한 무언가가 쥐어져 있다는 사실에 조금 더 놀랐고, 손을 바 아래로 내려서 몰래 손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을 때 많이 놀랐다. 손에서 느껴진 것으로 예상한 것 보다 많은 돈이었다.

    “뭐 이런걸 다… 하지만 정말 모르겠는걸.”

    “그렇다면, 뭔가 이상한 소문이라도 들은건 없나요?”

    “음… 그러고보니, 아까 한낮에 곡물거래소 쪽에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여긴 국경이라 그런 소동은 일상이거든. 이상한 일은 아니지.”

    “곡물거래소요? 그게 어느쪽이죠?”

    “여기서 아주 멀지는 않아. 가보고 싶으면 길은 알려줄 수 있지.”

    그 때, 두 사람 옆에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땀냄새를 풀풀 풍기며 와서 앉았다.

    “여기, 맥주 한잔, 빨리”

    바텐더에게 맥주를 재촉하며 자리에 앉은 남자는, 바텐더가 내놓은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며 곁눈질로 민트의 몸을 훑었다.

    탁!

    “후아! 시원하다. 이봐, 내가 오늘 낮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거품을 조금 남기고 맥주를 들이킨 그 남자는 맥주잔을 바에 거세게 내려놓으며 바텐더에게 자기 하소연을 시작했다.

    “아니 글쎄 아까 바빠 죽겠는데 쬐끄만 꼬맹이 하나가 나한테 반말을 하는거야? 나 원, 어느 집 자식인지. 살다 살다 그런 애는 또 처음 봤잖아. 누구 집에서 컸는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공주라데? 진짜 공주처럼 키웠나봐?”

    이 말에 귀를 쫑긋 세운 민트와 시에나는 남자의 말이 끝나자 마자 양쪽에서 그의 팔짱을 끼우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그 얘기 조금 더 자세히 해주시겠어요? 누굴 보셨다고요?”

    “아니, 이건 뭐야?”

    그는 갑자기 양 옆에서 다가온 두 여자에게 당황했지만, 양쪽 팔에 느껴지는 은근한 부드러움이 싫지는 않은지 두 사람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 Melotopia 1-7

    서쪽으로 무작정 공주의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한 구출대는 빠르게 달리고는 있었지만 맞게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서쪽 문에서 사고를 치고 달아난 마차가 공주를 태운 마차인지 확실하게 확인된 것도 아니었고, 설령 서쪽 문으로 달아났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다른 방향으로 향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루카에게는 마음 속으로 자신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확신은 자신만의 것이기 때문에 다른 동료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보다 분명한 증거가 필요했다. 일단은 반나절 정도 말을 달려서 서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말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다른 말로 바꾸어 가려면 일단 잠시라도 머물러야 했다.

    “말들이 지쳤다. 이제 말을 바꿔야 해. 이 마을에 마방이 있으니 들렀다 가자.”

    루카가 마을 이름이 보이는 입구에서 일행의 속도를 줄이며 제안했다.

    “좋아요. 잠시 쉬었다 가죠.”

    “대장, 저기 봐요! 마을 입구가 좀 이상한데요, 원래 저렇게 되어 있는 건가요?”

    시에나가 마을 입구의 현판이 깨져서 덜렁거리고 기둥이 부러지고 길이 거칠게 패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루카에게 말했다.

    “아니, 뭔가 이상한데?”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길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들을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입구까지 말을 타고 온 그들은 말에서 내려서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저, 어르신. 마방이 어느쪽에 있습니까?”

    루카가 가까이 있던 할아버지에게 마방의 위치를 물어보았다.

    “그런거 알게 뭐야. 가봐야 헛일이야 이제.”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마을은 역참마을로 지정되지 않았나요?”

    “가보면 알아. 자네들은 어디서 왔는가?”

    “저희들은 임무를 띄고 수도에서 파견된 사람들입니다. 마을에 무슨 일이 있나요?”

    “그래? 그럼 난 이 마을 이장인데, 국왕폐하께 좀 고해주시게. 억울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

    “무슨 일이십니까?”

    “어제, 그 망할 것들이 마방으로 쳐들어 오더니 말들을 바꿔달라더군. 그래서 공무 수행이 아니면 바꾸는건 안되고 말을 새로 사라고 했지. 그랬더니 다짜고짜로 칼을 들이미는거야? 나도 나지만, 이 마을에 무슨 군대가 있어, 아니면 용병이 있겠어? 별 수 있나, 일단 말을 내줬지. 그랬더니 이놈들이 다른 말들을 다 죽여버리고 그대로 어디로 휙 달려가데. 허 참… 내가 오래 산건 아닌데, 아니 살긴 살았는데, 살다 살다 이런 미친 놈들은 이게 처음이야. 우리 마을은 이제 뭐 먹고 살아? 자네들이 좀 국왕폐하께 알려주시게. 이거 억울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 아니, 말들은 또 무슨 죄야?”

    “아, 어르신…”

    루카의 생각에, 그리고 다른 구출대원들의 생각에도, 이건 그 납치범들이 저지른 짓이 맞았다.

    “아무래도, 그들이 추적하는 자들을 방해하려고 말들을 다 죽이고 도주한 모양이군요. 여기 입구는 어떻게 된 건가요?”

    “낸들 아나.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까 마차가 들어오면서 다 부수고 들어왔다던데. 난 그건 못봤고.”

    “혹시 그 마차가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여기 입구쪽에 있던 사람이 말해줬는데, 저쪽으로 갔다던데.”

    이장이 가리킨 방향은 해가 지려고 하기 시작하는 방향이었다.

    “역시 그렇군요. 그럼 지금 마을에 말은 더이상 없습니까?”

    “마방에 있던 말들 빼고, 집에서 사람들이 키우던 애들이 몇마리 있긴 하지. 그런데 그 말들은 전투용으로 훈련 받은건 아니라서…”

    “일단 그 말들이라도 내어 주십시오. 여기 저희 말들을 두고 가겠습니다. 국왕 폐하께는 이 일이 수습되는대로 보고를 올려서 복구될 수 있도록 할 테니 너무 걱정 마시죠.”

    “알았어. 그럼 일단 그렇게 하세.”

    이장이 옆에 있던 사람들 몇몇에서 손짓을 해서 말들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말들을 바꾼 구출대는 다시 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서쪽 국경을 넘을 것 같아. 그들이 국경을 넘기 전에 먼저 잡아야 해. 저쪽으로 넘어가면 골치아파진다.”

    “알아요. 하지만 국경을 넘기 전에 잡을 수 있을까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는데…”

    루카의 말에 시에나가 약간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만약 넘어갔다면, 우리도 뒤를 쫒아간다. 국왕폐하께서 공주님을 구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라고 하셨으니 그에 따라야지.”

    “하지만, 대장님. 외국에서 구출작전을 하다가 잘못되면 외교적으로도 그렇고 전쟁이 날 수도 있잖아요?”

    “납치범들을 저쪽에서 받아주었다면, 이미 그건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야. 지금 누가 납치된건지 알긴 아는거지? 공주님이라고!”

    “네… 하지만 너무 큰 일인 것 같아서요.”

    “너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넌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이 작전의 책임은 내가 진다.”

    물론 루카도 내심 시에나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었다. 구출대는 군대 조직으로서 결성된 것이고, 외국에서 허가 없이 작전을 한다는 것은 당연히 전쟁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상황이다. 어떻게든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공주를 구출해야만 했고, 특히 납치범들이 저쪽에서 그렇게 중요한 인물들이 아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 스나크 사냥 (7) – 제5절 비버의 수업

    Fit the Fifth

    THE BEAVER’S LESSON

    비버의 가르침.

    They sought it with thimbles, they sought it with care;
    They pursued it with forks and hope;
    They threatened its life with a railway-share;
    They charmed it with smiles and soap.

    그들은 스나크를 골무로도 찾고 조심해서 찾고 포크와 희망으로 밀어붙이고 위협도 해보고 웃음과 비누로 유혹도 해봤다.

    Then the Butcher contrived an ingenious plan
    For making a separate sally;
    And had fixed on a spot unfrequented by man,
    A dismal and desolate valley.

    그 도살자가 용케 그 멍청한 계획을 성공시켰는데, 분리된 기습 공격을 해서

    그리고 사람이 잘 다니지 않은 음울하고 황량한 지점을 찍었다.

    But the very same plan to the Beaver occurred:
    It had chosen the very same place:
    Yet neither betrayed, by a sign or a word,
    The disgust that appeared in his face.

    하지만 똑같은 계획이 비버에게 일어났다. 비버도 똑같은 장소를 골랐다. 하지만 이번엔 표시나 단어에 배신당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 역겨움이 나타났다.

    Each thought he was thinking of nothing but “Snark”
    And the glorious work of the day;
    And each tried to pretend that he did not remark
    That the other was going that way.

    모두가 스나크 외에 다른걸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날의 영광스러운 작업이었다. 모두가 그가 다른 길로 가는 걸 강조하지 않은 척 하려고 했다.

    But the valley grew narrow and narrower still,
    And the evening got darker and colder,
    Till (merely from nervousness, not from goodwill)
    They marched along shoulder to shoulder.

    하지만 계곡은 점점 좁아졌다. 그리고 밤은 깊어지고 추워졌다. (아마 신경질로부터 온 것이지 좋은 뜻으로 온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은 줄맞춰서 행진했다.

    Then a scream, shrill and high, rent the shuddering sky,
    And they knew that some danger was near:
    The Beaver turned pale to the tip of its tail,
    And even the Butcher felt queer.

    그리고 비명이 들렸다. 날카롭고 높은 음이었고. 몸서리치는 하늘을 찢었다. 그리고 그들은 위험이 가깝다는걸 느꼈다. 비버가 창백해져서 꼬리를 세웠다. 그리고 도살자도 이상함을 느꼈다.

    He thought of his childhood, left far far behind–
    That blissful and innocent state–
    The sound so exactly recalled to his mind
    A pencil that squeaks on a slate!

    그는 그의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멀리 남겨놓고 떠나온. 더없이 행복하고 순수했던 그때를. 그리고 소리가 그를 다시 불러들였다. 연필이 철판을 긁는 소리였다.

    “‘Tis the voice of the Jubjub!” he suddenly cried.
    (This man, that they used to call “Dunce.”)
    “As the Bellman would tell you,” he added with pride,
    “I have uttered that sentiment once.

    그가 외쳤다. “이 목소리는 줍줍이다!” 그는 선원들이 “바보”라고 부르던 사람이다. “종지기가 말했듯이” 그가 자신있게 덧붙였다. “내가 그 민감한걸 말했지”

    “‘Tis the note of the Jubjub! Keep count, I entreat;
    You will find I have told it you twice.
    ‘Tis the song of the Jubjub! The proof is complete,
    If only I’ve stated it thrice.”

    “줍줍의 신호다. 계속 세어봐라. 내가 그랬지, 두번째 말했으니 찾게 될 거라고. 줍줍의 노래다. 증거는 완벽해. 내가 세번째 말했으니까.”

    The Beaver had counted with scrupulous care,
    Attending to every word:
    But it fairly lost heart, and outgrabe in despair,
    When the third repetition occurred.

    비버가 한마디 한마디에 주의를 기울여 세었다. 하지만 상심했고, 절망속에서 소리가 났다. 그것은 세번째로 반복했을 때였다.

    It felt that, in spite of all possible pains,
    It had somehow contrived to lose count,
    And the only thing now was to rack its poor brains
    By reckoning up the amount.

    비버는 모든 가능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느꼈다. 어떻게든 세는걸 놓쳐버렸다고. 그리고 그 나쁜 머리를 괴롭히는 것은 그 숫자를 다 더하는 것이었다.

    “Two added to one–if that could but be done,”
    It said, “with one’s fingers and thumbs!”
    Recollecting with tears how, in earlier years,
    It had taken no pains with its sums.

    둘에 하나를 더하면,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손가락이랑 엄지손가락으로 말이지. 그는 일찍이 눈물을 다시 모으며, 그 합을 계산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The thing can be done,” said the Butcher, “I think.
    The thing must be done, I am sure.
    The thing shall be done! Bring me paper and ink,
    The best there is time to procure.”

    도살자가 “그게 가능하다면, 그건 그렇게 되어야만 해. 난 확신해. 그건 그렇게 될 것이야. 나에게 종이와 잉크를 가져다 줘. 그걸 구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야.” 라고 말했다.

    The Beaver brought paper, portfolio, pens,
    And ink in unfailing supplies:
    While strange creepy creatures came out of their dens,
    And watched them with wondering eyes.

    비버가 종이와, 서류가방과, 펜과, 잉크를 충분히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그 둥지에서 이상하고 기이한 생물들이 나와서 그들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So engrossed was the Butcher, he heeded them not,
    As he wrote with a pen in each hand,
    And explained all the while in a popular style
    Which the Beaver could well understand.

    도살자는 거기에 집중했고 그는 양손에 펜을 들고 비버가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유명한 스타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Taking Three as the subject to reason about–
    A convenient number to state–
    We add Seven, and Ten, and then multiply out
    By One Thousand diminished by Eight.

    “셋을, 말하기 쉬우니까, 일단 생각해보자. 그럼 일곱을 더해서 열이 되지. 거기에 그리고 천을 곱하고, 여덟을 뺄거야.”

    “The result we proceed to divide, as you see,
    By Nine Hundred and Ninety Two:
    Then subtract Seventeen, and the answer must be
    Exactly and perfectly true.

    그럼 그 결과를 나눠보면, 보다시피, 구백구십둘이지. 그리고나서 열일곱을 빼. 그럼 그 답은 정확하고 완벽하게 참이지.

    “The method employed I would gladly explain,
    While I have it so clear in my head,
    If I had but the time and you had but the brain–
    But much yet remains to be said.

    난 내가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어. 내 머릿속에는 아주 깔끔하거든. 내가 시간이 많고 너가 머리가 좋았다면. 하지만 아직 말할게 많이 남았어.

    “In one moment I’ve seen what has hitherto been
    Enveloped in absolute mystery,
    And without extra charge I will give you at large
    A Lesson in Natural History.”

    “내가 지금까지 본 것들이 절대적인 수수께끼로 봉인되던 순간, 추가적인 요금 없이 난 너에게 자연사에 대한 큰 가르침을 줄거야.”

    In his genial way he proceeded to say
    (Forgetting all laws of propriety,
    And that giving instruction, without introduction,
    Would have caused quite a thrill in Society),

    그의 상냥한 방법으로,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모든 법칙의 우선순위, 설명하기를 까먹었고, 설명 없이 그는 사회의 스릴을 야기했다.)

    “As to temper the Jubjub’s a desperate bird,
    Since it lives in perpetual passion:
    Its taste in costume is entirely absurd–
    It is ages ahead of the fashion:

    줍줍, 그 절망적인 새를 길들이려면, 줍줍은 영원히 살기 때문에, 그 옷 안의 맛은 완전히 불합리하고, 그 나이는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나이다.

    “But it knows any friend it has met once before:
    It never will look at a bribe:
    And in charity-meetings it stands at the door,
    And collects–though it does not subscribe.

    하지만 이전에 한번이라도 만난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뇌물이 통하지 않아. 자비심에 문가에 서있고, 구독하지 않지만 모으지.

    “Its’ flavour when cooked is more exquisite far
    Than mutton, or oysters, or eggs:
    (Some think it keeps best in an ivory jar,
    And some, in mahogany kegs:)

    요리했을 땐 양고기보다, 굴보다, 계란보다 아름답고, 어떤 사람들은 그걸 상아로 만든 주전자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마호가니 통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You boil it in sawdust: you salt it in glue:
    You condense it with locusts and tape:
    Still keeping one principal object in view–
    To preserve its symmetrical shape.”

    톱밥으로 끓이고, 풀로 간을 하고, 메뚜기와 테이프로 모으고, 그 대칭적인 모양을 보존하기 위해 중요한 것들을 주시하면

    The Butcher would gladly have talked till next day,
    But he felt that the lesson must end,
    And he wept with delight in attempting to say
    He considered the Beaver his friend.

    도살자는 기쁘게 그 다음날까지 말할 수 있었지만, 그는 수업을 그만 끝내야 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가 비버를 친구로 생각한다고 말하려고 하면서 기쁨에 울었다.

    While the Beaver confessed, with affectionate looks
    More eloquent even than tears,
    It had learned in ten minutes far more than all books
    Would have taught it in seventy years.

    비버가 고백하기를, 다정한 눈빛으로, 눈물보다 더 호소력있었다. 십분 사이에 칠십년간 공부한 모든 책보다 훨씬 많은걸 배웠다고 한다.

    They returned hand-in-hand, and the Bellman, unmanned
    (For a moment) with noble emotion,
    Said “This amply repays all the wearisome days
    We have spent on the billowy ocean!”

    그들은 손에 손잡고 돌아섰다. 종지기는, 잠깐동안 숭고한 감정으로, 말했다. “이것은 우리가 굽이치는 바다에서 보낸 그 지루한 날들을 충분히 보상할 것이다!”

    Such friends, as the Beaver and Butcher became,
    Have seldom if ever been known;
    In winter or summer, ‘twas always the same–
    You could never meet either alone.

    비버와 도살자처럼 그들은 친구가 되었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여름이나 겨울이나 늘 그랬듯이. 그들은 따로는 절대 만날 수 없었다.

    And when quarrels arose–as one frequently finds
    Quarrels will, spite of every endeavour–
    The song of the Jubjub recurred to their minds,
    And cemented their friendship for ever!

    종종 말싸움이 있을 때,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줍줍의 노래는 그런 생각을 되돌려 놓고 그들의 우정을 영원히 결합시킬 것이다.

  • 시비

    장자가 그랬다. “너랑 나랑 싸우는데, 너랑 의견이 같은 사람이 심판을 보면 너의 편을 들 것이고, 나랑 의견이 같은 사람이 심판을 보면 내 편을 볼 것이니 누가 맞고 틀리는지 알 수가 없다. 또한, 너하고도 나하고도 의견이 다른 사람이 심판을 보면 누가 맞고 틀리는지 가름할 수가 없을 것이고, 너하고도 나하고도 의견이 같은 사람이 심판을 보면 역시 누가 맞고 틀리는지 가름할 수가 없다.” 이렇듯 시비를 가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말은 어떻게 해서든 시비를 가리는 것 보다, 시비를 가리기 위해서는 너와 나 중에 누군가는 자신의 의견을 접고 상대에게 동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세상에서 싸우는 사람들 중에 자기가 틀릴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자신이 설득당할 것을 전제하고 싸우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있을까.

  • Melotopia 1-6

    그 사이에

    일단 자신을 납치한 사람들로부터 도망친 공주는 곧바로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지금 자신이 어디에서 헤메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옷도 입학식 때 입은 예복이라 서민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었고, 국왕의 유람을 따라서 왕궁 밖으로 몇 번 구경 나왔던 것을 빼면 바깥에 나온 것이 처음이다. 즉, 있어서는 안되는 매우 어색한 장소에 아는 사람 아무도 없이 혼자 내던져진 상황이다.

    “저기, 이봐, 물어볼게 있는데. 여기는 어디냐?”

    “여긴 서측 무역시장이고 이 가게는 곡물 거래소이고, 그래서 넌 누군데 어른한테 반말이냐?”

    “나는 공주 멜리나다. 사정상 여기에 오게 되었다.”

    “너가 공주? 너가 공주면 난 국왕이다. 장사 방해하지 말고 저리 꺼져”

    “무엄하다! 어디서 감히 국왕폐하를 사칭하느냐?”

    “너야말로 어디서 감히 공주마마를 사칭하는거냐? 맞아야 꺼질거야? 빨랑 안꺼져?”

    “난 진짜 공주라고!”

    “이년이 미쳤구나?”

    공주가 별 생각없이 말을 걸었던 아저씨가 공주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이… 이거 놔! 놓지 못하겠느냐!”

    “이 아저씨가 착해서 그냥 보내주는거야. 빨리 꺼져!”

    이 아저씨는 착했기 때문에 공주를 후드려 패지는 않았고, 단지 가게 문 밖의 길거리로 공주를 휙 내던졌다.

    “으악!..”

    두바퀴 정도 굴러서 거리에 나동그라진 공주는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흑흑…”

    “저기 뭐야! 쟤다! 잡아!”

    갑자기 저편에서 아까 마차에서 봤던 사람들이 자기를 향해 소리치며 달려오고 있는 것을 본 공주는 여기서 곡물 거래소 아저씨와 더 싸우고 있거나 눈물을 질질 짜고 있어봐야 이 위기를 벗어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주는 일단 더 생각하지 않고 자기를 쫒아오는 사람들의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으악!”

    그러나,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공주는 다시 길 위로 넘어지며 굴렀다. 방금 흘린 눈물이 앞을 가려서, 길 가에 세워져 있던 수레를 보지 못하고 충돌했기 때문이다. 넘어지면서 부딪친 것도 아팠지만, 저 괴한들이 다시 덮쳐 올 것이란 생각에 벌떡 일어서려고 했다.

    “크크 드디어 잡았다!”

    결국 공주는 가장 먼저 달려온 남자에게 왼팔을 붙들리고야 말았다.

    “이거 놔! 안놔? 앙!”

    팔을 뿌리치려고 애를 썼지만, 어른 남자의 힘을 12살짜리 여자애가 이겨낼 수 있을리 없었다.

    “이거 놓으라고!”

    깡!

    공주가 아직 붙들리지 않은 오른팔을 휘저어서 아무거나 손에 걸리는 것으로 그 남자의 머리를 후려쳤다.

    “크윽…!”

    “놓으라고!”

    깡! 깡!

    공주가 휘두르고 있는 것은 후라이팬이었는데, 모서리로 맞으니 어린 아이의 힘이지만 제법 아프다.

    “크으윽…”

    하지만 결국 어린 아이에게 얻어맞은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강한,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에 결국 머리에서 피를 뿜어내며 손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미 그의 동료들이 접근한 상태. 공주는 그대로 손을 뿌려치고 시장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힌 길이었지만, 공주는 작은 몸집에 힘입어 쉽게 사람들 틈으로 끼어들 수 있었고, 납치범들은 사람들을 헤치고 가느라 뒤처질 수 밖에 없었다.

    “저쪽으로! 너 저쪽!”

    “네!”

    납치범들은 패거리를 나누어 공주를 몰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