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일반물리학을 파헤쳐 보자. 늘 그렇듯 이 글은 물리학에 관심있는 초보자들을 위해 쓰여졌으며, 이미 모든 것을 깨달은 사람들에게는 쓸모없는 내용이므로 가볍게 넘어가주시면 되겠다.
일반물리학은 물리학과에 들어온 거의 모든 학생, 그리고 공과대학에 진학한 거의 모든 학생, 그리고 물리가 싫어서 더이상 물리학 과목을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전공을 선택한 화학과, 생물학과, 의과대학 학생들까지 배우게 되는 기초 과목중의 하나이다. 그나마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작정하고 들어온 물리학과 신입생들은 사정이 낫겠지만, 본인의 전공이 물리학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생물학과 학생들이나 의대생들은 이걸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 가득한 얼굴로 투덜대기 마련이다. 물론 그들이 대학원에 가서 생물물리학을 만났을 때 어떤 생각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생물물리학은 일반물리학 배워갖고는 손댈만한 분야가 아니다. (어디가 다행인가?)
일반물리학을 공부해 보기로 생각한 당신, 또는 일반물리학을 공부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한 당신, 과연 이 과목은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사실 일반물리학은 물리학과 학부 과정에서 배우는 거의 모든 과목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방대한 내용을 2학기 내에 다 이해하고 깨닫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게 가능하다면 당신은 이 글의 내용을 비웃어도 좋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방대한 내용을 2학기 내에 강의해야 하므로 그 내용은 절대로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믿을 수 없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아주 쉽게, 가능한 한 최대한 친절하게 쓰여진 책이 일반물리학 교재이다.
이 과목을 공부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각 챕터의 예제를 충실히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이공계 교재가 다들 그렇듯 예제와 연습문제를 많이 풀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일반물리학은 특히 예제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목 전체적으로는 많은 내용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각 챕터별로는 많은 내용을 다룰 수 없다. 따라서 각 챕터에 등장하는 예제는 그 챕터에서 다루는 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개념을 이해시켜주기 위한 예제이다. 일반물리학 교재는 대략 40여개의 챕터로 이루어지는데, 각 챕터별로 2~3개의 예제를 본다고 하면 100개 정도가 된다. 한 학기에 약 50여개의 문제다. 예제를 읽고, 풀이를 보기 전에 생각해보고, 자신만의 풀이를 어떻게든 적어보고, 풀이와 해설을 읽으며 자신의 풀이와 맞춰보고, 어디가 맞고 어디가 틀렸는지 생각해보고, 아주 예제를 철저하게 씹고 뜯고 맛봐야 한다. 예제에 나오는 계산법은 중간고사, 기말고사에서 당연히 출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잘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일반물리학을 공부하면서 마주치는 계산은 매우 쉬운 계산이다. 개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절대로 계산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물리 과목을 배웠다면 그 때 외웠던 공식이나 개념을 그대로 적용해도 된다.
본인이 물리적 센스가 부족해서 문제를 잘 못 풀겠다는 학생이 있을 것이다. 또, 물리 자체에 대한 공포나 혐오 같은게 있어서 물리 문제만 봐도 거부반응이 올 수도 있다. 괜찮다.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다. 당신이 당신에게 맞는 맞춤형 강의를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반물리학 문제는, 초등학교 용어로 말하자면 일종의 문장제 문제이다. “철수가 사과 다섯개를 가지고 있는데 영희에게 세개를 주고 자기가 하나를 먹었다면 이 때 철수는 몇개의 사과를 가지고 있는가?”와 같은 유형의 문제라는 것이다. 단지 여기서 “철수”나 “영희”같은 단어가 “물체”, “전하” 같은 멋있어 보이는 단어로 바뀌고, “사과 다섯개” 대신에 “속도”라든가 “변위”같은 끔찍한 용어로 바뀌었을 뿐이다. 또, 당신이 (아마도 이공계) 대학생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초등학교에서는 산수를 풀 수 있으면 되었겠지만, 이제는 2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 정도는 외워서 풀 수 있어야 한다. 일반물리학에는 수많은 공식이 등장한다. 가볍게 2차 미분방정식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미분방정식도 쉽게 풀이할 수 있도록 공식으로 만들어서 그 답을 알 수 있게 해 두었다. 즉, 당신이 일반물리학을 공부하면서 만나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은
- 이 문제에 어떤 공식을 적용해야 하는지 알아내고
- 그 공식에 어떤 값을 대입해야 하는지 문제에서 알아내고
- 계산을 꼼꼼히 해서 산수에서 틀리지 않고 답을 알아내는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개념도 좀 깊이있게 이해하고 왜 그런 과정이 유도되었는지 알고 넘어간다면 더욱 좋겠지만, 학점이라도 어떻게든 받기 위해서 공부한다면 위의 1-2-3단계를 연습하면 된다.
위의 1-2-3단계에서 2번과 3번은 크게 어렵지 않다. 공식에 나온 기호의 이름을 알고 있고 있으면 문제에서 찾을 수 있으니 이해가 안되면 달달 외우기라도 해서 2번을 해결할 수 있고, 3번이 안된다면 지금 당신에게는 일반물리학이 아니라 당신이 앞으로 받게 될 학점 전반이 문제다. 문제 해결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가 바로 1번이다. 공식은 다 외웠는데 도대체 이 문제에 어떤 공식을 적용해야 하는가? 물리적 센스가 있는 사람들은 1단계도 잘 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물리적 센스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설명을 하겠다.
주어진 문제에 어떤 공식을 적용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 문제에서 주어진 값과 요구하는 미지수로부터 추정하는 것이다. 가령, 어떤 물체에 작용한 힘과, 그 물체의 질량과, 그 물체의 초기 속도를 알려주었다고 하자. 그리고 문제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물체가 얼마나 움직였는지 물어본다고 해 보자. “힘”, “질량”, “속도”, “시간”, “얼마나 움직였나” 같은 단어를 문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는 공식들 중에서 이 단어들이 적용된 공식을 찾아본다. 아마 뉴턴의 운동 법칙 3가지 중 제 2법칙인 “힘과 가속도의 법칙”이 떠오를 것이고, 이것과 연관된 3가지 운동에 관한 공식이 떠오를 것이다. 떠오르지 않는다면 일반물리학 책을 다시 한번 펼쳐보도록 한다. 어쨌든 떠올랐다 치고, 문제에서 얻은 숫자들을 이 공식에 다 대입해본다. 구하라고 한 값은 x를 대입한다. 그러면 이제 문제가 간단한 산수 문제로 바뀐 것이다. 물리적 개념을 이해할 자신이 도저히 없는 경우에는 이런 방법을 연습해서 문제를 풀 수도 있다.
둘째로, 문제에 주어진 그림을 보고, 또는 문제로부터 주어진 상황에 대해 그림을 그려서 찾아낼 수도 있다. 이걸 잘 하려면 앞에서 말했던 예제를 열심히 뜯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문제에 주어진 그림은 대체로 예제에 나온 그림을 응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에 주어진 그림과 유사한 그림이 있는 예제를 찾아서 비교 분석하여 1단계를 처리할 수도 있다. 시험 준비를 위해서 미리미리 연습해 두자.
이상,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시험 공부는 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었다. 당연히 이 조언은 시험 전날에 그렇게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고, 일반물리학 수업을 듣는 첫날부터 열심히 할 것을 적극 권장하는 바이다. 벼락치기 할 거면 그냥 다 외워버리는 수 밖에 없다.
좋아하지 않는 일반물리학을 들으면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적어도 앞으로 자신이 전공하게 될 분야와 관련된 챕터는 집중해서 강의를 듣고, 주의깊게 교과서를 읽고, 그나마 다른 챕터보다는 더 많이 연습문제를 풀어 보는 것이다. 가령, 기계공학과라면 앞의 힘과 운동 파트가 중요하고, 전자공학과라면 전자기학이 당연히 중요하다. 화학공학과라면 열역학 부분이 될 것이고, 화학과라면 양자역학이 중요할 것이다. 생물학과랑 의과대학은 의외로 핵 물리학이 중요한데, 그 전공자들은 앞으로 MRI 촬영, 엑스선 촬영, PET 촬영, 감마나이프 같은 것들로 핵 물리학자보다 더 자주 방사선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MRI는 방사선을 쓰지는 않지만 핵 물리학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물리학과는요? 물리학과는 전부 다 중요하니까 당연히 싸그리 다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일반물리학만 열심히 공부해놔도 앞으로 전공 과목을 공부하면서 받게 될 정신적 충격을 살짝 덜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전공들은 내가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니 양해바란다. 어쨌든 일반물리학은 이공계 전반의 각 학과 전공 과목들과 속속들이 연결된 기초 과목이다. 괜히 여러분들을 괴롭히기 위해서 1학년 전공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여러분의 일반물리학 학점에 A+이 피어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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