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어즈

나에게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문학작품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나는 칸자카 하지메의 슬레이어즈와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 이렇게 두 작품을 꼽을 것이다. 아마 문학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개념을 통틀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을 꼽으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둘 다 유명한 일본 작품이지만, 이제는 거의 10년 이상 유행이 지나간 작품이라 이름이 익숙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 중, 공각기동대가 나에게 사회, 과학, 기술, 그리고 그것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내용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면 슬레이어즈는 인생관을 형성하게 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슬레이어즈의 장르는 판타지이고, 주인공 리나 인버스와 그의 동료들이 부활한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서 모험을 벌인다는, 전형적인 판타지 이야기이다. 여기서, 그 주인공 리나 인버스의 태도는 나에게 많은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소개하자면, 리나 인버스는 세계 최강의 천재 마법사이며, 수많은 난관을 자신의 능력과 의지로 극복한 주인공이다. 난관을 극복한 부분에서 자신의 능력과 의지만으로 뭐든지 해냈다고 하면 그저 의지와 노력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흔한 의지드립이 되겠지만, 그가 의지를 갖고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원천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사랑과 열정이 있다. 리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중요하다. 가치관의 판단 기준은 자기 자신, 선택의 기준 역시 자신의 판단이다. 세상이 멸망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서, 오직 자신의 판단만으로 위험한 도박을 걸고 도전한다. 실패와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의 근원에는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사실 나는 그렇게 의지가 강하거나,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으나, 나 자신의 평가는 그렇다. 그런 평범한 사람으로서 리나의 모습을 바라보면, 나는 그 모습을 따르고 싶다. 비록 소설 속 주인공의 인생이지만, 그는 그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자신의 판단으로 결정하고, 결심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후회는 하더라도 반성은 없다! 그것이 삶의 모토다. 그가 마왕을 퇴치하려는 이유는, 마왕이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하기 때문이 아니다. 마왕이 자기를 위협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죽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멋진 이유다. 세계를 구한다는 거창한 명분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로도 세계를 구하고 바꿀 수 있다. 이 기준은 마왕 뿐만이 아니라 그에게 도전하는 모든 적에게 적용된다.

내가 전 세계, 전 세대의 문학을 모두 섭렵한 것은 아닐테니 그 이전에, 그 이후에도, 이런 서사가 있었는지, 이런 캐릭터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 인생에 최초로 발견한, 존경할만한 인물이라면 바로 리나 인버스라고 생각한다. 그런 캐릭터를 창조해낸 작가에게 매우 감사함을 느낀다.

[오래간만에 덕심이 불타올라서 적어보았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Proudly powered by WordPress | Theme: Baskerville 2 by Anders Noren.

Up ↑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