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평평한 지구

사랑한다. 평평한 지구

이 책에서는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가 주장하는 지구의 모양이 처음에는 둥근 구의 모양, 타원체, 조롱박 모양으로 점점 바뀌어 왔고, 따라서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18쪽) 또한, 나사의 주장에 의하면 타원이라는데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아무리 봐도 원이라서 자기모순적이라고 한다.(19쪽) 이걸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세상에는 측정 오차라는게 존재하고, 사진으로 볼 때 눈대중으로 대충 원으로 보이는 것과 측량을 통해서 타원으로 나타난 것은 분명 다르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심지어 정거방위도법 지도라든가 UN이 마크에 사용하는 지구 모양이 평면이라는 이유로(21쪽) 사실은 지구가 평평한데 둥글다고 거짓말 하고 있는거 아니냐고 주장한다. 물론 UN에서 정거방위도법을 마크에 사용하는 이유는 평평한 표면에 지구 전체를 다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지구 국가 (거의) 전체의 연합체인 UN이 국가의 일부만 나타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구드 도법 같은걸 이용하면 좀 이상해지고. 이 책에서는 그 외에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를 여러개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구름에서 쏟아져 내리는 빛줄기를 예로 들고 있는 것이다.(24쪽) 대기중에 수분이나 먼지가 많은 하늘에서, 구름을 통과하여 빛줄기가 내려오는 경우에는 빛이 지나간 흔적이 기둥처럼 보이게 되는데, 만약 태양이 매우 멀리 있다면 이 기둥의 모양이 원기둥 모양이 되어야지 방사형 모양으로 찍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원기둥 모양으로 찍히는 사진도 매우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반대로, 태양이 가까이 있다면 원기둥 모양으로 찍히는 사진은 절대 찍혀서는 안된다. 그리고 구름이 매우 두꺼운 경우, 내부적으로 빛이 여러번 산란되어서 평행광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사방으로 퍼지는 빛줄기가 찍히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나사는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다고 하는데,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보이는 달의 모양이 많이 달라야 하는데 다르지 않다고 하며, 이게 달이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26쪽) 아니, 오히려 지구 지름이 1만 2천 킬로미터이고 달까지 거리가 38만 킬로미터이므로 그 차이가 작을 수 밖에 없다. 아니, 그리고 굳이 그 차이를 밝혀내고 싶다면 사진 두장을 잘 찍어서 비교하면 된다. 대략 30분의 1 라디안 정도의 차이라면 충분히 현대 광학으로 차이를 찾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겨우 10페이지 정도 분량에서도 틀린 내용이 너무 많아서, 이 책에 나온 오류를 전부 지적하기에는 내 인생이 아까울 정도이다. 추가로, 59쪽에 있는 이야기를 살펴보자. “지구가 엄청난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는데 과연 어떻게… 몇 천년 동안 우리 선조들이 이름 붙여놓은 그 많은 별자리의 위치가 약간의 오차도 없이 그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별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것도 없이 서로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우리는 듣고 싶은 것이다.”라고 써 있다. 물론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은 선조들이 이름붙여둔 그 많은 별자리의 위치와, 별의 위치와를 매우 정확히 측정했으며, 별 사이의 간격이 얼마나 벌어지는지, 어떻게 틀어졌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를 전부 정확히 잘 알고 있다. 과학자들은 북극성이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90쪽을 보면 또 이상한 얘기를 하고 있다. 항해사들이 바다위를 항해할 때 구면삼각법을 이용해서 항해를 하지 않고 평면삼각법으로 항로를 정한다고 하는데, 이건 지구가 평평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물론 그럴리가 없다. 항해사들이 항해에 사용하는 해도는 메르카토르도법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 도법은 각도를 보존한다. 즉, 구면위를 여행하더라도 평면에서처럼 항로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의 저자는 레이저, 자이로스코프, 비행기, 사진기와 같은 현대적인 발명품을 이용해서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 발명품들을 가능하게 하는 과학적, 기술적 원리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적어도 지구가 평평한 원판 모양은 아니라는 사실을) 지지하는 원리와 정확히 같다. 예를 들어서, 이 책에서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증거로 레이저를 이용한 어떤 실험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실험이 맞기 위해서는 레이저의 원리가 정확히 이해되어야 한다. 레이저를 단지 “직진하는 빛” 정도로 이해해서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증거로 쓸 수가 없고, 어째서 레이저가 직진하는지에 대해 원리적으로 이해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레이저가 직진한다고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는 수백미터, 그리고 출력이 매우 강한 레이저를 사용한다고 해도 수백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서 달까지 갔다온 레이저 빛이 있다는 건 생각하지 말자. 이 분은 달이 훨씬 가깝다고 생각하시니까. 자, 그럼 레이저가 확실히 직진한다고 장담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으로도 직진해야 한다는 걸 확신해야 하고, 그 근간에는 전자기학과 양자역학이 있다. 깊이있는 설명은 하지 않겠지만,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의 모든 결론을 포함하고 있으며, 화학의 모든 결과를 잘 설명할 수 있다. 고전역학과 화학을 잘 결합해서 커다란 기계를 만들면 우리는 로켓을 쏴서 우주로 보낼 수 있는데, 거기서 찍어온 사진이 바로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이 책의 2부로 넘어가게 되면 본격적인 음모론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람들이 무한에너지에 눈을 뜨면 화석 연료로 부를 축적한 엘리트들이 위협을 당하기 때문이다.(211쪽) 게다가 타이타닉 침몰, 911 테러와 그에 의한 빌딩의 붕괴, 심지어 세월호 참사까지 엮어다가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나사가 발표하는 지구의 사진이 매년 바뀌고 있다는 것도 나사가 우리에게 진실을 숨기고 있는 근거라고 한다(275쪽). 아니 그럼 매년 새로 찍는데 매년 같은 사진이면 그거야말로 조작 아닌가???????

총평하자면, 음모론과 유사과학에 대해 항마력이 딸리는 사람은 읽지 말아야 하는 책이다. 그리고 프리메이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지구가 평평하다는 사실을 감추고 둥글다고 믿게 만들고 있다는데, 지구가 둥글건 말건 프리메이슨은 돈을 잘 벌면 되는 것 아닌가. 참고로, 앞에 말했던 무한에너지는 우리가 아는 물리학에서 부정하고 있는 개념인데, 이 분이 그렇게 좋아하는 비행기, 자이로스코프, 레이저 같은 것들은 우리가 아는 물리학을 이용한 기술의 결과물이다. 내가 이런 분들에게 원하는 것은, 과학을 믿을거면 다 믿고, 부정할거면 다 부정했으면 좋겠다. 원하는 결과와 결론만 골라서 믿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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