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과 양자컴퓨터3

지난번 글에서 마지막에 던진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다: 블랙홀은 어째서 증발하는가? 간단히 말해서, 중력이란 질량을 가진 물질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그렇다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물질끼리 뭉치고 뭉쳐서 갈데까지 가버린 블랙홀이라는 것에서 증발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인가? 도저히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양자역학을 받아들인다면 블랙홀도 언젠가 증발해서 사라진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그걸 추론하기 위해서는 양자역학에서 중요한 개념들로 꼽히는 양자요동과 양자얽힘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양자요동이라는 개념 또는 그런 현상은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에 대해 설명되어 있는 교과서를 잘 읽고, 연습 문제를 잘 풀었다고 하더라도, 양자요동이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물리학을 전공으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양자요동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측정이라는 개념에 대해 먼저 생각을 해 보자. 측정(Measurement)이란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해서 그 대상의 특성을 알아낸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대상인데 그 특성을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 우리는 어떤 물체에 대해 알고 싶을 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필요하다면 우리가 ‘측정기구(Measurement apparatus)’라고 부르는 도구를 이용해서 측정을 한다. 이 과정은 어떤 실체적 개념에 대해서도 성립 가능하며, 반대로 말해서 측정할 수 없는 것은 물리적으로는 실존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측정이라는 표현은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손으로 만져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해서 물체를 보고 만질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굉장히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것 처럼 들리지만, 이 질문은 물리학에서 굉장히 중요하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눈으로 보는 과정을 살펴보면, 1. 물체에 빛이 쬐여지고 2. 물체에서 빛이 반사되어 3. 관찰자의 눈에 들어온 후 4. 관찰자의 뇌에서 인지 작용이 일어나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각 단계마다 더 잘게 쪼갤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일단 이렇게 4가지 단계 정도로 구분을 해 보자. 이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측정을 논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눈과 물체의 사이를 빛이 연결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로 중요한 부분은 뇌에서 인지 작용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빛이 없다면 물체와 눈 사이를 이어줄 것이 없으므로 우리는 그 대상을 볼 수 없고, 사실은 그 물체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빛은 어딘가에서 방출되어서 물체를 건드렸고, 그 결과로 빛은 물체의 특성에 대한 정보를 갖고 우리 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 빛을 우리의 눈으로 보고 뇌가 해석하는 것이다.

굉장히 당연한 수순으로 보일텐데, 저 단계에서 놓치기 쉬운 단계가 바로 ‘빛은 물체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측정의 본질이다. 빛이 물체를 건드리지 않고 측정할 방법은 없다. 잠깐, 앞에서 ‘손으로 만진다’는 용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않았는데 빛이 물체를 건드린다는 과정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글을 읽다보면 이제 슬슬 이런 질문이 떠오를것이다. 빛이 물체를 건드린다는 과정을 다시 풀이하자면 빛과 물체가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뜻이다. 빛과 물체의 시간과 위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또는 어떻게 알 수 있는지는 일단 나중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고, 그런 정보를 우리가 추적해서 알고 있다고 할 때, 빛과 물체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다면 빛은 물체를 건드린 것이다. 그리고 그 반대로도 말할 수 있다. 물체는 빛을 건드렸다. 물체가 빛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빛은 물체에 반사될 때 물체의 정보를 갖고 나올 수 없다. 여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놓은 이론이 전자기학이며, 그것은 맥스웰 방정식으로 잘 설명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그럼 빛의 위치라든가 물체의 위치라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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