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이론

‘모든 것의 이론(최태군 지음)’을 읽었다. 일단 25,000원이라는 굉장히 비싼 책값이 들었다는 걸 밝혀둔다. 원래 취미생활이란 쓸데없이 비싼 법이다. 여러분들이 이 책을 읽어볼 필요는 없으며, 이 책은 모든 것의 이론이라는 제목에 걸맞지 않게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만 알면 충분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500페이지가 넘는 많은 분량에 걸쳐서 최한기의 기학, 그리고 그 기학을 현대 물리학에 적용하는 방법, 그렇게 적용한 기학물리학을 통하여 상대성이론, 암흑물질, 양자역학의 여러 실험적 근거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물리학 전공자의 관점에서 이 책의 내용을 바라본다면, 이것들은 맞고 틀리고를 따질 수 조차 없는 주장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실험 결과를 어떻게든 설명하고는 있다. 그런데 그 설명의 수준이 “물체를 위로 던지면 아래로 떨어진다”라든가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먼저 떨어진다”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주장이 맞느냐 틀리느냐를 떠나서, 과학적이지 않은 언어로 써 있다는 뜻이다. 검증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책이라서 이 책은 과학책이 아니다. 물론 물리학 책은 더더욱 아니다.
최한기는 조선 말기의 실학자로, 서양의 자연과학을 받아들여서 실용적인 부분에 적용하려고 시도한 사상가이다. 그의 주장은 실용성, 경험, 실질적인 것들이 아니면 다 헛소리라는 것으로, ‘종을 치면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종을 쳐 보지 않고서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그의 사상을 잘 대변한다. 이 책의 저자는 최한기의 기학을 현실의 물리학에 적용해서 뭔가를 해보려고 한 것 같은데, 적절한 적용에 실패하였다. 가령,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의 경우 지구에서 측정하는 시계와 인공위성의 시계 사이에 100만분의 38초 정도의 오차가 발생하는데, 어째서 그런 오차가 생기는지를 설명하려고 한 것이다. 그의 주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렇다면 어째서 100만분의 38초인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학물리학의 원리에 의해서 “왜” 그렇게 되는지는 설명할 수 있다 쳐도, 100만분의 38초여야 하는 이유는 그의 책에 적혀 있지 않았다. 물리학의 다른 분야에 적용한 기학물리학적인 설명 역시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수치로 실험 결과를 설명하고 있지 않다.
책 표지에 적혀 있듯이 어떤 이론을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없으면 헛소리라는데, 이 책 역시 그 기준에서 보면 헛소리를 적은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에게 이 책을 읽도록 했을 때, 이해는 커녕 다 읽을 가능성도 없으며 아동학대로 신고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물리학 분야나 우주론 분야의 다른 유사과학책과 비교할 때, 물리학 전체를 설명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이다. 가령 어떤 책들은 초끈이론만 다루거나, 우주만 다루거나, 양자역학만 다루는 등 한 분야에서만 자신의 이론을 풀어내려고 했다면, 이 책은 자신의 이론을 물리학 전체에 적용하고 있다. 물론 틀린 말이지만. (사실은, 이 책의 내용은 맞고 틀리고를 따질 수도 없다.)

내용이 재미있는 책은 전혀 아니므로 나는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절대로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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