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은 빅뱅을 알고 있었다

‘아담은 빅뱅을 알고 있었다’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이 책이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순전히 저 제목 때문이고,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과연 어떤 내용이 나를 자극할 것인가에 대해 부푼 기대를 안고 책을 읽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일단 이 책의 종류를 구분하자면 뭣도 아니고 ‘팬픽’이다. 원작이 창세기인 팬픽이라고 하면 정확한 것 같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 읽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장르는 그렇다 치고, 제목에서 이야기한대로 아담이 빅뱅을 알고 있었는가 아닌가에 대한 내용은 책 본문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책의 가장 끝에있는 ‘부록’에서 다루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나는 두번째로 실망했다. 제목이 내용을 반영하지 않잖아!
어쨌든. 그래서 아담이 빅뱅을 어떻게 알고 있었는가를 살펴본다면,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애초에 그렇게 창조되었다고 한다. 즉, 지금의 이 상태가 과학자들이 우주와 자연을 연구하면 마치 빅뱅이 있었던 것 같고, 우주가 150억년 된 것 같고, 화석이 공룡의 기록인 것 같고, 그런 결론을 내는데 아무런 모순이 없도록 적절히 창조되었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과학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관심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서문과 부록을 읽고 책을 읽을지 말지 결정하면 된다.
물론, 놀랍겠지만(?), 이 책의 내용이 현대과학과 논리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이 우주의 역사와 자연의 신비를 밝혀내서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설명하더라도, 신이 그의 전능함으로 우리가 그렇게 관찰하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도록 창조했다고 설명하면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지니까. 그리고 당연히, 이 책의 내용이 전부 틀렸다고 하더라도 현대과학이랑은 아무 관련이 없다. 저자의 이력은 자연과학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전문성을 갖고 쓴 책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적당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종교적 관점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매우 재미있게 읽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처럼 비신자이면서 과학전공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좋게 평가해도 팬픽같다는 것 이상의 평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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