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과 양자컴퓨터4

실제로 측정장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측정 대상의 정보를 갖고 있는 빛이 검출기로 들어간다. 이 때 말하는 검출기란 광검출기, 카메라, 인간의 눈 등등 다양한 것이 될 수 있다. 검출기로 들어간 빛은 이번에는 검출기를 구성한 장치 그 자체와 상호작용하여 검출기에게 자신의 정보를 전달한다. 빛이 검출기에게 정보를 전달하면, 검출기는 빛이 전달한 작은 양의 정보를 증폭해서 커다란 신호로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다란 신호를 처리장치에서 받아들여서 수치로 바꾸게 된다. 빛이 갖고 있던 정보에 따라서 수치가 달라지므로 우리는 실험 결과를 알 수 있다.

여기서 떠오르는 질문은, 검출기나 처리장치 그 자체도 양자역학이 적용될텐데, 그 부분은 양자역학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가?이다. 당연히 검출기나 신호 처리장치의 작동 역시 양자역학으로 설명되어야 하며, 이 또한 잘 규명되어 있다. 검출기에 대해서 기억해야 할 것은, 일단 정보가 검출기에 전달되면 그 때부터는 고전역학으로 설명해도 충분히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다 정확히 말해서, 양자역학으로 원리를 설명해야 하는 실험에서 검출기의 역할은 양자역학적인 정보를 고전역학적인 정보로 바꾸는 변환장치이다.

고전역학의 관점에서 모든 물리량은 언제나 충분히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오차가 생기는 것은 단지 우리의 기술이 그 정확도를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압계를 이용해서 어떤 회로에 걸리는 전압을 측정할 때, 전압계의 바늘이 가리키는 눈금을 읽어서 전압을 알아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전압계의 바늘이 두께를 갖고 있으므로, 좀 더 가느다란 바늘을 만들어서 전압계에 사용한다면 전압 측정이 더 정확해 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고전역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역학을 도입했더니, 그런 정확한 측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이 바로 ‘불확정성 원리’이다. 불확정성 원리란, 어떤 두 물리량을 측정하는 연산자가 서로 교환 가능하지 않으면, 두 물리량의 측정 불확정도의 곱은 플랑크 상수보다 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특정한 관계에 있는 두 물리량을 측정할 때, 어느 하나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한다면 다른 하나는 필연적으로 부정확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것이 단지 우리가 앞서 설명한 측정 과정, 즉, 양자역학적인 정보를 고전역학적인 정보로 바꾸는 변환 과정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양자역학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호작용에 대해서 나타난다. 어째서인가? 양자역학은 우리 우주의 모든 입자에 적용되는데, 우리의 측정장치와 처리장치 역시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고 있고, 이 장치들은 그 정보를 전달해주는 매개체(앞의 예에서는 ‘빛’)와 상호작용을 해야만 한다. 상호작용하지 않으면 정보를 전달받을 수 없다. 불확정성 원리는 바로 이 상호작용 자체에 적용된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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