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제물론’ 28~30절

‘장자’, 현암사, 안동림 역주

나와 당신이 논쟁을 했다고 합시다. 당신이 나를 이기고, 내가 당신에게 졌다면 당신이 옳고 내가 틀렸을까요? 내가 당신을 이기고 당신이 내게 졌다면 내가 옳고 당신이 틀린걸까요? 그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이 틀렸을까요, 아니면 두 쪽다 옳을까요? 두 쪽 다 틀린 걸까요? 이러한 일은 나도 당신도 알 수가 없소. 그렇다면 제3자도 물론 판단을 내릴 수가 없게 되오. 우리는 누구를 시켜 이를 판단하게 하면 좋겠소.

당신과 입장이 같은 사람에게 판단을 시킨다면, 그는 당신과 같으니까 공정한 판단을 할 수가 없소. 나와 입장이 같은 사람에게 판단을 시키면 그는 나와 같으므로 공정한 판단을 할 수가 없게 되오. 나와도 당신과도 입장이 다른 사람에게 판단을 시킨다면, 그는 나와도 당신과도 다르므로 역시 공정한 판단을 할 수가 없소. 나와도 당신과도 입장이 같은 사람에게 판단을 시킨다면, 그는 나와도 당신과도 입장이 같으므로 또한공정한 판단을 할 수가 없소. 그렇다면, 나도 당신도 그리고 제 3자도 모두 판단을 할 수가 없는거요. 그런데 누구에게 기대한단 말이오?

불안정하고 변하기 쉬운 소리에 기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음과 마찬가지요. 자연의 길로써 모든 것을 조화시키고 변화에 모든 것을 맡겨둠이 천수를 다하는 방법이오. 자연의 길로 모든 것을 조화시킨다 함이 무엇인가 하면 이렇소. 옳다고 하는 의견과 옳지 않다고 하는 의견이 있고, 또 그렇다고 하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고 하는 의견이 있소. 그 옳다는 의견이 만약 참으로 옳은 것이라면, 옳다는 의견이 옳지 않다는 의견과 다를 건 두말 할 필요도 없소. 또 그렇다고 하는 의견이 만약 참으로 그렇다면, 그렇다는 의견이 그렇지 않다는 의견과 다를 게 뻔하오. 이상과 같은 대립을 근본적으로 초월하여 모든 일에 대처함을 자연의 길로써 조화시킨다고 하오. 나이를 잊고 생사에 얽매이지 않으며 의리를 잊으면 옳다 옳지 않다에 구애됨이 없이 곧 무한한 경지로 뻗어나가게되오. 그래서 모든 것을 이 무한한 경지에 놓아 두는 거요.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Proudly powered by WordPress | Theme: Baskerville 2 by Anders Noren.

Up ↑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