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신의 저서 몇 권 리뷰

도서관에 있길래 ‘졸업선물’, ‘뼈있는 아무말 대잔치’, ‘끄덕끄덕’, ‘두근두근’을 빌려다가 읽어봤습니다. 내용에 대해서도 비평할 건 엄청 많은데, 그런건 일단 접고요. ㅅㅂㅅ가 어쩌다 저렇게 된건지 알 수 있었고,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느껴집니다. 다음은 그 책들을 읽은 후의 제 생각입니다.

책 내용이 전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명언, 사례, 또는 자기가 생각해낸 격언, 문구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게 저 네권 전부에서 나타나는 가장 특징적인 부분인데, 일단 (그러면 안될 것 같지만) 표절 여부는 둘째치고,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교훈을 얻어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매우 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좀 강박적으로 교훈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제가 문장을 이렇게 적었다고 해서 이 책들이 실제로 독자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런데 내용에 발전이나 큰 변화가 없습니다. 끄덕끄덕이 2014년, 졸업선물이 2017년, 뼈있는 아무말 대잔치가 2018년에 나온 책인데 내용이 다 비슷비슷합니다. 이게 서로 다른 저자가 썼다면 ‘음 역시 인생의 진리는 누구나 비슷하게 생각하는구나’정도로 퉁 칠 수도 있겠지만, 혼자서 비슷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출간하는 걸로 봐서 일단 이 방향으로는 아이템이 다 떨어졌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그나마 발전이라면 2014년에 비해서 2018년에는 ‘글’ 그 자체는 굉장히 읽기 좋아졌습니다. 베껴서 그런건지 아님 글빨이 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정도면 차라리 같은 제목으로 개정판을 내는 게 더 낫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같은 주제로 책을 또 썼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죠. 예를 들어서 대학교 일반물리학 교재는 같은 제목, 같은 목차, 같은 내용, 같은 결론으로 수십종이 있으니까요.하지만 그 일반물리학 교재들은 서로 표절시비가 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각 저자들이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죠. 또한, 연습문제는 당연히(!) 전부 다 다릅니다. 하지만 이 책들은 그런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당연히 한 사람이 썼으니 같은 주장, 같은 방식의 사연과 설명이 있을 뿐이죠. 아, 순서 정도는 다른 것 같습니다.

장점은 없을까요? 이 책들의 장점을 고민해 보면, 하나 정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이 책에 나온 답이 ‘하필이면’ 정확히 도움이 되는 상황에 있는 독자라면 이 책으로부터 적절한 조언을 구해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겠죠. 적어도 ‘나쁜 말’은 써 있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끝입니다.

전반적으로 네권의 책 전부에서 ‘독서’를 굉장히 강조합니다. 독서가 중요한건 맞는 말이긴 한데, 독서에서 얻는 의미를 너무 강조하네요. 즉, 독서를 했으면 그 책의 내용을 꼭 이해해야 하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책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빡독’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말입니다…….

이 책들에서 교훈으로 적어둔 것들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런 식으로 적혀 있다보니 이 책들은 쉽게 이해가 됩니다. 쉽게 납득이 되기도 하고요. 남에게 설명하기도 쉽습니다. 그럼 그게 독자 본인의 철학일까요? 그건 아니죠. 그냥 그 책을 잘 이해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나온 내용은 유명한 책 중 하나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기억에 그 책은 이 책보다 불친절했어요. 한 권 전체를 통틀어서 항목이 7가지밖에 없거든요. 즉,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뼈있는 아무말 대잔치에서는 한 섹션 분량입니다. 제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아무튼 그렇다는 거고요. 그렇다보니 이 책을 읽으면 다른 자기계발서 여러권을 읽은 효과가 납니다. 음, 그렇다고 그 여러권들을 제대로 읽었다는 뜻은 아니고 그냥 그만큼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이 책들은 별로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이 됩니다. 독서라는 것이 책을 통해서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고, 꼼꼼히 사색하여 자신의 생각으로 나타내는 과정인데, 이 책은 워낙 요점정리가 되어 있어서 별로 생각할 거리가 없어요. 없는 시간 쥐어짜서 독서를 하라는 주장이 실려있으면서 이 책들은 굳이 시간 낼 필요도 없고 시간을 들여서 사색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방금 저 네 권 보는데 2시간도 안걸린 것 같네요. 그래도 이렇게 긴 비평을 쓰는데 별 문제가 없고요.

‘졸업선물’의 321쪽 ‘위험한 오해’라는 섹션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세상에는 답이 하나뿐이라는 오해
  •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오해
  •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오해

이 세가지 오해가 위험하다고 적혀 있네요. 그런데, 제가 지금 읽은 네 권의 책을 보면, 저자가 본인의 생각이 정답이라고 확신하고, 그걸 독자에게 전달하고, 자신과 같은 인생을 살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럼 모두가 만족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죠. 물론 책 그 어디에도 대놓고 ‘이게 정답이다’라고 적혀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들을 읽다보면, 앞에서 설명했듯이 워낙 이해하기 쉽게, 간단하게, 요점 위주로 적혀 있다보니 독자에게 생각할 심리적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는 방식, 이와 같은 사고방식이 합리적이고, 성공을 위한 지름길 또는 확실한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맞아요. 제가 아까부터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이 책들에 적힌 말, 글귀가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저 맞기만 하는 말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상식적으로 보면 맞긴 맞는 말들이기 때문에 반박할 수 없고, 맞고 틀리고를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독자들이 생각을 못하게 방해할 뿐이죠. 하지만 이 관점이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적절할 수는 없고, 그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이 책들에는 제가 방금 말한 것처럼 그렇게 적혀 있긴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본인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 뿐입니다.

차라리 교훈이나 명언 인용같은건 다 빼버리고 본인이 겪은 에피소드와, 거기서 느낀 단상을 적었다면 괜찮은 에세이 집이 되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랬으면 아마 책으로 낼만한 분량은 안 되었겠지만 말이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지도 않고 비판하는건 아무리 그가 빌런이라도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몇 권 읽어보았습니다. 이미 그 책들을 읽어보신 분들은 각자의 생각이 있으실거고,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직접 읽기 전 까지 이 내용은 그냥 참고만 하시면 됩니다. 그냥 제 개인적인 느낌과 의견일 뿐입니다. 그럼, 단지 자기계발서로서 읽어볼만한가? 라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자기계발서 장르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거보다 좋은 책은 동서고금을 망라하여 엄청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정도는 사실 명심보감이나 채근담만 읽어도 충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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