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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인공 아레스 소년은 아빠 손에 이끌려 비공정을 타고 시몬 면에서부터 반나절이 걸리는 진저리 왕국의 수도인 카타곰 특별시에 도착하였다
.
촌구석에서만 자라다가 비공정을 타보는 것도 처음이요 수도에 가보는 것도 처음이었던 부크스 씨였지만
,
아들을 사랑하는
,
그렇다기보다는 제대로 학교에 넣어놓고 오지 않으면
도시에서도 사고를 칠 수도 있을 거라는 불안감에
,
아레스의 손 꼭 붙잡고 이리저리 길을 물어물어 간신히
학교에 도착했다
.
학교에 도착해서 입학 행정 담당자에게 입학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가 뭐 이런 촌놈을 다 봤나 하는 마음을 얼굴에 드러내며 등록금이라
씌여진 봉투 하나와 입학원서 한장을 내밀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
“
내일이 마침 입학시험을
치는 날이니까 빨리 준비하셔야 되겠네요
”
입학시험이라는게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온 부크스 씨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시험을 잘 봐야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눈치껏
파악하였다
.
왕립 마법학교의 입학시험같은걸 하루만에 준비할 수 있을리 없지만
,
그렇다고 절차를 뛰어넘어서 특차로 입학시킬만한 뇌물이나 배후세력이 있는 사람일리가 없는 부크스 씨는 아들의
가능성을 믿고 입학시험을 잘 보기를 바랄 뿐이었다
.
이놈이 글자는 읽고 쓸 수 있으니 뭔가 답안지에
쓰기는 쓰겠지 생각하면서
.
진저리 왕국은 마법을 국가의 중대사로 보고는 마법을 발전시켰다
.
오죽하면
“
법력은 국력
”
이라는 표어까지 만들고 왕립 마법학교를 세워서 마법사들을
키우고 있을 정도이다
.
입학시험을 보는 시간 내내 부크스 씨는 걱정이 눈앞을 떠나지 않았다
.
왕립 마법학교라는 곳에
대해서 소문만 듣고 가장 좋은 학교라는 말만 듣고 무작정 달려왔는데
,
듣도 보도 못한 입학시험이 벌써부터
그의 아들의 앞날을 가로막고 있었다
.
학부모 대기실에서 같이 옆에 앉아서 기다리는 다른 아줌마들은 다들
귀티가 나보였다
.
입고 있는 옷
,
귀걸이
,
목걸이
,
어느것 하나 싸보이는 것이 없다
.
학부모중에서는 자신만 아빠인데다가
,
아무리봐도 자기만 촌구석에서
올라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
그리고 아줌마들의 이방인을 보는듯한 야릇한 시선은
그를 자꾸만 괴롭히고 있었다
.
어쨌든 복잡한 감정 속에서 무사히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아레스가 시험 시간만이라도 장난을 치지 않고 시험에 집중해 주기를 바라는 소박한 소망 하나가 있기 때문이다
.
글쎄다
.
그것은 너무 큰 희망이었던 것일까
.
적어도
결과야 어쨌든간에 입학 시험 시간만이라도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거지만
,
두시간 동안의 입학 시험은 아레스에게는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
시험을
보러 들어간 아레스는 시험지에 적혀져 있는
,
이상한 그림을 보면서 무언가 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그것이 시험문제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
그리고
그 답을 시험지에 적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
하지만 도대체 자기가 어떤 말을 내뱉어야 하는지 모른채
두시간 내내 고민하다가 시험이 끝나기 직전에 그 한마디를 알아냈다
.
“
옐
!”
그리고 그 순간
,
시험장 안에 있던 학생과 감독관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
그것은 그가 큰 소리를 냈기 때문이었다
.
“
시험 끝났습니다
.
뒤에서부터 답안지를 걷어주세요
”
시험 성적이 발표되려면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기에도 애매하고 해서 아버지와 아들은 그 일주일간을 학교 근처의
여관에 머물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
아레스가 그간 소소한 사고를 치고 돌아다니긴 했지만 앞으로도 설명할
내용이 많으므로 그간의 내용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 설명해 보도록 한다
.
합격자 발표하는 날이 되어서
둘은 학교로 갔다
.
학교앞 게시판에는 벌써부터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들어서 자신의 이름이 합격자 목록에
있는지 찾아보느라 난리였다
.
부크스 씨도 가슴을 졸이며 목록을 샅샅히 훑어보다가 결국 중간쯤 어딘가에서
아들의 이름인
‘
아레스 스타스
’
를 찾아낼 수 있었다
.
“
와앗
!
야
,
아레스 너 합격했어
!!”
“
네
?
정말요
?”
“
그래
,
여기 봐
.
이름이 있잖아
!”
“
네
…
아하하하
…
합격했네요
”
자신이 답안지에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아레스로서는 백지 답안지가 왜 합격인지
, 12
살의 짧은 지식으로는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백지를 냈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
어린 마음에라도 저렇게 좋아하는 아버지에게 백지를 냈다고 말했다간 엄청나게 맞고 두대쯤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다
.
합격자 목록에 이름이 올라갔는데 설마 합격이 취소되지는
않을 것이고
,
이런저런 이유로 아레스는 합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
학교에
가는건 싫었지만 아빠한테 맞는건 더 싫었다
.
아레스가 다니게 된 마법학교는 어딘가의 마법학교와는 달리 시내 중심가에 있다
.
왕립 마법학교라
크기도 거의 왕궁에 필적할만큼 크고
,
건물도 왕궁과 비슷한 수준으로 으리으리하다
.
원래는 촌구석에서만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이렇게 도시의 모습을 맛보게 되면 주눅이 들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
아레스는 그런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어떻게 하면 학교를 빠져나갈 수 있을지
,
입학식이 끝나는 순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
어느 시대
,
어느 동네에나 입학식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입학식이
끝나고 반을 배정받고 기타등등의 몇가지 통상적인 절차가 끝나고 수업을 듣는 강의실이 있는 악튜러스 건물로 이동하였다
.
이 건물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3
층 건물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끝없는
계단를 갖고 있는 무한 공간 속에 있어서 실제로 안에 들어가게 되면 원하는대로
,
또는 필요한만큼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마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
이런 공법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세계적으로도
몇 되지 않으며
,
그중 한명인 벨로우즈가 바로 마법학교의 설립자이다
.
수업이 시작되기 전
,
의례적으로 반 친구들 사이의 자기소개 시간이 돌아왔다
. 장기자랑 같은건 제발 시키지 않기를 바라며 입을 열었다.
“
안녕하세요
?
아레스라고 합니다
”
아레스가 반에 들어가서 친구들에게 건넨 첫 인사다
.
평범하다
.
“
오
…”
하지만 반 친구들이 자신을 뭔가 대단한 놈으로 바라보는 것을 느끼기에는 그는 아직 어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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