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snowall

  • 왜 여성지도자야 하는가(2)

    지금 이의관이 지은 ‘왜 여성지도자야 하는가’를 읽어보고 있다. 지난 시간에 7장까지 읽어보았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머리말, 그리고 추천사까지 읽어보았을 때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음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기어이 읽고야 말았다. 소설이나 수필이 아닌, 정치인에 관한 평가를 전달하는 책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라는 사람에 대한 인간성 평가, 정치적 평가, 역사적 평가와 별개로, 일단 이 책 자체를 평가하자면 정말 엉망진창이다. 맞춤법은 계속해서 틀리고 있고, 줄바꿈은 내용이랑 상관 없이 아무데서나 이루어진다. 오타는 지적하기도 싫을 정도로 많이 발견된다. 한 문단 안에서 갑자기 다른 내용이 나타나고, 각 장의 제목과 관련 없는 내용이 절반 이상 나오고 있다. 즉, 이 저자는 자기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도 파악을 못하고 장의 제목을 붙였다는 것이다. 내 생각엔 멀쩡한 출판사에 몇번 보내봤지만 편집자가 고쳐봐야 소용없다는 걸 느끼고 거절해서 편집자가 없는 출판사에서 책을 찍어낸것 같다.

    8장 제목은 ‘여성지도자의 역사’이다. 이 글을 아직도 읽고 있는 분이라면 이제 이 제목과 별 관련이 없는 내용이 펼쳐진다는 걸 직감하셨을 것이다. 8장의 첫 문장은 ‘나라에 일이 생긴다면 나라를 구하는 일에 남자, 여자 구분이 없었다.’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한국전쟁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서 한국 여성들이 한 일로 병원의 간호사, 사무실의 행정요원으로 나서서 국군의 한 축을 형성한 것을 들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한국전쟁 당시 여성들이 어떤 활약을 했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한국전쟁이 일어난 정황을 2쪽에 걸쳐서 설명하면서, 한국 여성들이 한 일은 ‘간호사와 행정요원’이라는 단 1문장을 적어놓고, 결론을 ‘한국전쟁에서 한국여성들의 역할은 컸었다’라고 내고 있으면 읽는 사람으로서는 황당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게 ‘여성 지도자의 역사’와는 무슨 관련인가?

    다시 말하는데, 8장 제목은 ‘여성지도자의 역사’이다. 한반도에 역사적으로 있었던 여러 나라 중, 여성이 군주였던 적은 몇번 없는데, 삼국시대 신라의 선덕여왕과 진덕여왕이다. 선덕여왕이 황룡사 축조때 어떤 활약을 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진덕여왕의 업적으로는 선덕여왕의 뜻을 이었다는 단 1문장으로 퉁치고 있다. 자, 장 제목이 ‘여성지도자의 역사’라면 일단 여기서 끝내는 게 정상적이다. 왜냐하면 한반도에는 그 외의 여성 지도자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이순신, 박정희, 전두환 얘기가 나온다. 음???? 전두환이 성공한 대통령이었다고 하면서, 바야흐로 이제 여성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음?????????? 최근 한국 여성들이 진취적으로 다양한 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건 선덕여왕, 진덕여왕의 덕치에서 출발하고 있다는데, 그 사이에 천년 넘게 여성 지도자 명맥이 끊겼었는데 아니 무슨 ‘시작이 반이다’같은 얘기도 아니고 그 덕치가 어떻게 여기까지 이어졌는지 설명도 없이 신라시대에 여왕들이 있었으니까 이제 여자의 시대라니. 지금 이 글이 이해가 안된다면 정상이다. 나도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고 적고 있으니까.

    9장 제목은 ‘여자란 무엇인가?’이다. 그러면서 김용옥이 펴낸 책 제목이 ‘여자란 무엇인가?’였다고 한다. 저자는 구찌 창업주인 로라 구찌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여성CEO의 장점은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리더십에 있다’고 한다. 즉, 이 저자가 9장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성의 유연성’인데 그 화두를 꺼내려고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붙였다. 나는 이 저자에게 각 장의 제목을 제대로 붙일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것으로 확신하며 일단 계속 읽어보았다. 자, 여성의 힘이 여성의 유연성에 있다고 한다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로는 여성이 얼마나 유연한지, 여성이 유연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그런 내용이 나와야 한다. 실제로 여성이 유연한지, 여성은 전부 유연한지, 그런 사실 판단과는 무관하게 일단 이 책이 말이 되려면 그런 내용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어서 나오는 내용은 그리스의 경제위기는 유연하지 못한 정치인들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솔직히 여기서 끊었으면 유연함을 유능함과 연결시킬 수 있으니까 아직은 쉴드를 쳐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스의 대통령이 포퓰리즘 폭탄을 터뜨리며 그럴듯하게 했던 말들은 악마의 속삭임이다’라고 말하면서 갑자기 ‘악마의 속삭임이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아는가?’로 주제가 바뀐다. 여기는 북한 정권의 잔혹성, 소련 정권의 잔혹성 등을 이야기하면서 악마의 속삭임에 속지 말라고 한다. 유연성이랑은 아무 관련도 없고, 이미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장의 제목에서는 한참 어긋나고 있다.

    이 부분까지가 이 책의 제목인 ‘왜 여성지도자야 하는가’하고 관련이 있어 보여서 자세히 읽어본 내용들이다.

    그 뒤로도 각 장의 제목과 내용이 별 관련이 없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13장 ‘호남개조론’에서는 호남지방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애플의 콜센터를 호남에 유치해야 한다고 한다. 그럼 20만명 고용이 될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GE와 GM의 콜센터가 인도에 있고, 그걸로 100만명이 먹고산다는 사례를 들었다. 이 저자는 왜 GE나 GM이 인도에 콜센터를 뒀는지 모르는 것 같다.

    아무튼, 그 뒤로 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를 적고 있는데, 실제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이룩한 업적들을 살펴보다보면, 이 저자가 얼마나 틀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책으로써 갖고 있어야 할 기본이 안 된 책이다. 이전에 읽었던 마도서들은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이 허무맹랑하기는 하더라도, 각 장의 제목과 내용은 어느정도 맞아떨어졌고, 문단 구성이 의미있었고, 오탈자가 적었다. 솔직히 책이 맘에 안들다보니 글꼴과 글자 크기도 맘에 안드는데, 그 얘기는 하지 않겠다. 이 책은 마도서를 전문적으로 리뷰하고 있는 나조차도 읽은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폐급 도서다.

  • 왜 여성지도자야 하는가

    2012년에 있었던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다들 잘 알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그리고 2016년에 비선실세의 존재가 알려지고, 그는 결국 탄핵되었다. 이번에는 박근혜가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을 읽어보았다. ‘왜 여성지도자야 하는가’는 이의관이 저술한 책으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적은 책이다. 저자의 이전 저술 중에 보면 ‘왜 이명박인가’를 2006년에 출간했었다. 만약 이 저자가 지난 19대 대선 때 ‘왜 문재인인가’를 펴냈다면 대통령 만들기 전문가로 인정해 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하지는 않은 것 같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이 책의 특징은, 책 머릿말 이후로 추천사가 10개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저자가 유명하더라도 추천사를 이렇게 많이 넣는 것은 드문 일인데, 어쩌다가 10개씩이나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추천사 역시 박근혜가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결말로 끝나고 있어서, 같은 내용으로 쓸 거면 굳이 10개나 있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추천사 중 일부를 인용하자면, “20대에게는 꿈을 주고, 30대에게는 희망을 주고, 40대에게는 확신을 주고, 50대에게는 믿음을 주고, 60대에게는 안정을 주는 여성 지도자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의 당선 후 우리나라의 역사는 굉장히 충격적이고, 비극적으로 흘러갔다. 박근혜는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이 추천사에서 준다고 했던 것들을 하나도 주지 않았고, 심지어 있던 것들도 빼앗아갔다. 과연 저 추천사 쓴 분은 지금도 저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 그렇겠지만. 그래도 생각이 바뀌었기를 바란다. 추천사를 20여 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 아무래도 교정을 안 받았는지 맞춤법 틀린 부분이 몇 군데 보였다. 2쇄 때는 고쳐졌으면 좋겠지만, 2쇄를 냈을지 어땠을지 잘 모르겠다.

    초반부에는 반공의식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박근혜 얘기가 아니라 박헌영, 빨치산, 빨갱이들 얘기가 나온다. 왜 여성지도자여야 하는지는 6장 ‘여성시대’에서 처음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4.11총선의 시점에 박근혜, 한명숙, 이정희 같은 여성 정치인이 신문에서 보도되고, 독일, 미국, 네덜란드, 브라질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국의 대처, 독일의 메르켈, 미국의 힐러리 등이 잘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에도 이제 여성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여성 통치자를 선호하는 이유로 ‘남성에 비해 부드럽고 섬세하며 꿈을 꾸는 점에 매력’, ‘집안 살림하듯 꼼꼼하게 국정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15쪽) 일단 이렇게 말하면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게 이 장의 결론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115쪽은 이 장의 끝이 아니라 초반부다. 영국의 대처 수상이 포클랜드 전쟁에서 이겼다는 이야기 다음, 독일이 요즘 잘나가고 있는데 그 중심에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집안 살림하듯 꼼꼼하게’ 이끌고 있다고. 일단, 메르켈을 ‘독일 대통령’이라고 쓴 건 좀 이상하지만 (독일은 대통령과 총리가 따로있다.) 메르켈이 독일을 잘 이끌고 있는 이유가 집안 살림하듯 꼼꼼하게 국정을 운영하고 부드럽고 섬세해서인가? 물론 저자의 의도는 ‘꼼꼼하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있겠지만, 세상에 꼼꼼하게 해야 할 일이 집안일뿐인것도 아니고, 집안일을 여자만 하는 것도 아닌데 꼭 그렇게 써야했나 싶다.

    그리고 갑자기 문단도 나누지 않고 힐러리 얘기를 시작한다. 힐러리가 미얀마에 가서 민주화를 하라고 했다는데. 그 얘기를 하는 건 좋은데, 미얀마에서 독재에 저항하여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국을 ‘버마’라고 부른다. 저자가 미얀마(또는 버마)의 민주화에 별 관심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성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려주는 지표로 영국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왕위에 오를 때 알 수 있었다고 하는데. 알다시피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두명이고, 그 중 첫번째 엘리자베스는 봉건시대 군주다. 다시말해서, 민주주의랑 상관 없는 독재국가의 수장이었다. 여성의 시대가 오기만 하면 민주주의는 상관 없다는 뜻인가? 굳이 이렇게 비꼬지 않고, 맥락 그대로 읽어보자. 그러면, 엘리자베스 2세가 영국 왕으로 즉위했을 때, 과연 여성의 시대가 왔는가? 엘리자베스 2세가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남녀평등이나 여성의 시대가 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왕위 승계권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국의 왕은 별 실권이 없기 때문에 그가 남자이건 여자이건 정치적 영향력이 적다. 여성의 시대가 왔다때고 쳐도,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를 여성 시대의 신호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자, 이게 6장 얘기였다.

    7장의 제목은 ‘여성천국 대한민국’이다. 그러면서 시작을 여자 핸드볼 팀이 올림픽에서 우승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감동적이고, 기적같은 일이다. 그건 알겠는데, 이 사건이 대한민국이 여성천국인거랑 무슨 관련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어서 김연아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사다 마오를 김연아가 이겼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의 여성은 뛰어나다’고 한다. 그래서 이건 대한민국이 여성천국인거랑 무슨 관련인가? 그리고 이어서 히말라야의 14좌를 완등한 여성 산악인 오은선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면서 전세계 여성 산악인 중 13좌 완등한 사람까지는 있었어도, 14좌를 완등한 여성 산악인이 바로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한국 여성의 강인함, 역동성, 탁월함을 이야기한다. 그럼 이제 대한민국이 여성천국인가???

    7장의 제목은 ‘여성천국 대한민국’이다. 이 문장을 왜 반복하냐면, 이어서 새마을 운동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새마을 운동에서 여성이 한 역할이나, 여성 인권의 이야기라든가, 뭐 그런 얘기는 없고 새마을 정신이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앞에 나온 얘기는 여성들 이야기이기라도 했지, 7장 후반부는 새마을 운동이랑 여성천국 대한민국이랑 도대체 무슨 관련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7장의 결론은 “열등감을 버리고 도약하자”는 제언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너무 길어서 글을 분리한다…….)

  • 블랙홀과 양자컴퓨터4

    실제로 측정장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측정 대상의 정보를 갖고 있는 빛이 검출기로 들어간다. 이 때 말하는 검출기란 광검출기, 카메라, 인간의 눈 등등 다양한 것이 될 수 있다. 검출기로 들어간 빛은 이번에는 검출기를 구성한 장치 그 자체와 상호작용하여 검출기에게 자신의 정보를 전달한다. 빛이 검출기에게 정보를 전달하면, 검출기는 빛이 전달한 작은 양의 정보를 증폭해서 커다란 신호로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다란 신호를 처리장치에서 받아들여서 수치로 바꾸게 된다. 빛이 갖고 있던 정보에 따라서 수치가 달라지므로 우리는 실험 결과를 알 수 있다.

    여기서 떠오르는 질문은, 검출기나 처리장치 그 자체도 양자역학이 적용될텐데, 그 부분은 양자역학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가?이다. 당연히 검출기나 신호 처리장치의 작동 역시 양자역학으로 설명되어야 하며, 이 또한 잘 규명되어 있다. 검출기에 대해서 기억해야 할 것은, 일단 정보가 검출기에 전달되면 그 때부터는 고전역학으로 설명해도 충분히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다 정확히 말해서, 양자역학으로 원리를 설명해야 하는 실험에서 검출기의 역할은 양자역학적인 정보를 고전역학적인 정보로 바꾸는 변환장치이다.

    고전역학의 관점에서 모든 물리량은 언제나 충분히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오차가 생기는 것은 단지 우리의 기술이 그 정확도를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압계를 이용해서 어떤 회로에 걸리는 전압을 측정할 때, 전압계의 바늘이 가리키는 눈금을 읽어서 전압을 알아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전압계의 바늘이 두께를 갖고 있으므로, 좀 더 가느다란 바늘을 만들어서 전압계에 사용한다면 전압 측정이 더 정확해 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고전역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역학을 도입했더니, 그런 정확한 측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이 바로 ‘불확정성 원리’이다. 불확정성 원리란, 어떤 두 물리량을 측정하는 연산자가 서로 교환 가능하지 않으면, 두 물리량의 측정 불확정도의 곱은 플랑크 상수보다 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특정한 관계에 있는 두 물리량을 측정할 때, 어느 하나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한다면 다른 하나는 필연적으로 부정확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것이 단지 우리가 앞서 설명한 측정 과정, 즉, 양자역학적인 정보를 고전역학적인 정보로 바꾸는 변환 과정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양자역학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호작용에 대해서 나타난다. 어째서인가? 양자역학은 우리 우주의 모든 입자에 적용되는데, 우리의 측정장치와 처리장치 역시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고 있고, 이 장치들은 그 정보를 전달해주는 매개체(앞의 예에서는 ‘빛’)와 상호작용을 해야만 한다. 상호작용하지 않으면 정보를 전달받을 수 없다. 불확정성 원리는 바로 이 상호작용 자체에 적용된다.

    (이어서…)

  •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

    이번에 읽은 책은 로버트 멘델존이 지은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라는 책이다. 먼저 말해두는데, 이 책을 엄격하게 따진다면 마도서로 매도할 수는 없다.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정확히 이해한다면 독자가 어둠의 길에 빠질 일은 없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대충 읽을 경우 또는 내용을 오해할 경우 정말로 현대의학과 병원을 불신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리뷰를 남겨둔다. 이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현대의학과 병원을 불신할 필요는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의사를 믿으면 안되고, 약물 남용을 조장하는 곳이 병원이며, 의사가 수술을 권한다고 덥썩 싸인하면 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병이 생길 수 있으며, 산부인과에서 애를 낳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고, 예방접종이 위험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현대의학이란 맹목적인 종교이고 의사는 이를 전도하는 광신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되어서 저자 자신이 의사로써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이 저자의 주장에 굉장히 믿음이 가게 되며, 병원에 가고싶지 않아진다. 이 내용은 안아키나 안예모 등에서 주장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으면 위 문단의 내용까지만 보고 넘어가게 되는데, 바로 이 부분이 위험한 지점이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마지막 장에 적힌 감수자의 ‘감수의 글’까지 읽어야만 한다. 여기서 감수를 담당한 한양의대 박문일 교수가 설명하고 있듯이, 이 책은 1970년대에 미국에서 나온 책이며, 이 책이 한국에 번역된 시점은 2000년이다. 심지어 내가 이 책을 읽은 현재는 2019년이다. 저자가 이 책을 썼던 시점에는 병원의 위생이 정말로 안 좋은 곳이 있었고, 예방접종이 실제로 위험했을 수 있고, 의사가 무턱대고 수술을 권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상황이고, 저자가 책을 쓰던 시대에 비해서 의료기술, 윤리의식, 위생관념 등 많은 것이 바뀌었다. 환자가 병원과 의사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주어야 한다고 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이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절대 못 믿을 것들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지금도 의료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고, 의사들 중에는 부도덕한 자도 있고, 병원에서 위험한 병균에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대의학과 그 전문가인 의사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병이 나을 수 있을까? 가벼운 병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위험하고 심각한 병일 수록 전문가의 도움 없이 낫기는 어려워진다. 본인이 어떤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는 자신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아플때는 전문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당신이 아프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가서 의사와 상담하고, 필요한 진료와 적절한 치료를 통해서 빠르고 확실하게 완쾌하는 것이 가장 좋다. 중요한 것은 병원에 다니면서 끊임없이 의사와 대화하는 것이다. 환자는 자신의 상태와 진료에 관한 정보를 의사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고, 의사는 환자가 관련된 정보를 요구할 때 정확히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사람들은 건강에 신경이 쓰이고 관심이 가면 흔히 친구에게 물어보고, 어른들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을 찾아본다. 그러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당신이 실제로 해야 하는 것은 의사를 찾아가서 질문하고 상담받는 것이다.

    환자가 의사와 소통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의사는 정말로 전문가이므로 환자가 물어보면 환자의 상태와 질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는 의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함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무턱대고 믿으면 안되고, 의사의 말이 상식적인지, 앞뒤가 맞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무조건 의사를 믿고 치료를 받았을 때, 잘못된 치료로 환자가 피해를 입는 것이 환자의 잘못은 아니지만, 의료사고 등이 발생한 후 그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은 결국 환자 본인의 일이고, 여러모로 인생에 괴롭고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아픈것도 억울한데 이런 일까지 당하면 정말 힘들어지므로 가능하면 이런 상황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환자는 의사와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 한명을 보는데 5분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환자도 바빠서 길게 대화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 건강과 안전에 그렇게 신경쓰시는 분들이 의사는 안 믿으면서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정보나 민간요법들을 믿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아프면 일단 병원에 가자.

  • Get along

    Get along / 林原めぐみ & 奥井雅美 (하야시바라 메구미, 오쿠이 마사미 노래)

    作詞;有森聡美 作曲:佐藤英敏

    立ち向かう先に乾いた風 향하고 있는 그 앞에, 건조한 바람이
    激しく吹き荒れても 험하게 몰아쳐오고 있어도
    呪文の一つも唱えたなら 주문 하나 읊어주면
    私のペースになる 내 페이스가 되지
    誰もがうらやむこのパワーと 누구나 부러워 하는 이 힘과
    美貌が許さないわ 미모가 있으면
    どんな相手でも怯まないで 누굴 만나더라도 기죽지 않고
    マントをなびかせるの 망토를 펄럭일 수 있지

    あれもしたい これもしたい 이것도 하고 싶어, 저것도 하고 싶어
    女の子に見えたって 여자라고 해서
    油断したら地獄行きよ 방심했다간 지옥에 가는 거야
    邪魔はさせないから 방해받을 수 없으니까

    Far away 저 멀리
    思うまま我がままに 생각한 대로 내 맘대로
    旅を続けて行きたい 여행을 계속 하고 싶어
    辛い日々も笑顔でピリオドよ 괴로운 날들도 웃고 넘기는 거야
    Far away 저 멀리
    幾つもの魔力抱いて 이렇게 많은 마력을 갖고
    今日を越えて行きたいの 오늘을 넘어서 가고 싶어
    未来に向かい歩き続けて行く 미래를 향해서 계속 가는 거야
    限りないほど 끝이 없을 정도로
    Get along Try again 잘 해보자, 다시 해보자

    退屈な時は悪い奴ら 지루한 때에는 나쁜 놈들을
    ターゲットに気晴らし 타겟 삼아서 기분 전환을 하지
    ストレスも飛んで 스트레스도 날려버리고
    お宝まで手にすれば 돈까지 벌 수 있으니
    やめられない 그만둘수 없잖아
    お気楽にちょっと遊ぶ度に 홀가분한 기분에 장난좀 치다보면
    満たされた気分だわ 뿌듯한 기분이 들어
    スリリングな日のエッセンスは 스릴있는 날의 정수는
    美味しくなくちゃダメね 맛있는 음식이 아니면 안되지

    あれも欲しい これも欲しい 저것도 갖고 싶어 이것도 갖고 싶어
    女の子は欲張りよ 여자는 욕심꾸러기야
    生きることは綺麗事じゃ 살아간다는건 예쁘기만 하지 않아
    通り抜けられない 어떻게 할 수 없기도 해

    Far away
    思うまま我がままに
    旅を続けて行きたい
    辛い日々も笑顔でピリオドよ
    Far away
    何時でも独りじゃない
    力合わせ遥か先
    未来に向かい歩き続けて行く
    限りないほど
    Get along Try again

    Far away
    思うまま我がままに
    旅を続けて行きたい
    辛い日々も笑顔でピリオドよ
    Far away
    幾つもの魔力抱いて
    今日を越えて行きたいの
    未来に向かい歩き続けて行く
    Far away
    何時でも独りじゃない
    力合わせ遥か先
    未来に向かい歩き続けて行く
    限りないほど
    Get along Try again

  • 아담은 빅뱅을 알고 있었다

    ‘아담은 빅뱅을 알고 있었다’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이 책이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순전히 저 제목 때문이고,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과연 어떤 내용이 나를 자극할 것인가에 대해 부푼 기대를 안고 책을 읽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일단 이 책의 종류를 구분하자면 뭣도 아니고 ‘팬픽’이다. 원작이 창세기인 팬픽이라고 하면 정확한 것 같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 읽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장르는 그렇다 치고, 제목에서 이야기한대로 아담이 빅뱅을 알고 있었는가 아닌가에 대한 내용은 책 본문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책의 가장 끝에있는 ‘부록’에서 다루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나는 두번째로 실망했다. 제목이 내용을 반영하지 않잖아!
    어쨌든. 그래서 아담이 빅뱅을 어떻게 알고 있었는가를 살펴본다면,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애초에 그렇게 창조되었다고 한다. 즉, 지금의 이 상태가 과학자들이 우주와 자연을 연구하면 마치 빅뱅이 있었던 것 같고, 우주가 150억년 된 것 같고, 화석이 공룡의 기록인 것 같고, 그런 결론을 내는데 아무런 모순이 없도록 적절히 창조되었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과학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관심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서문과 부록을 읽고 책을 읽을지 말지 결정하면 된다.
    물론, 놀랍겠지만(?), 이 책의 내용이 현대과학과 논리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이 우주의 역사와 자연의 신비를 밝혀내서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설명하더라도, 신이 그의 전능함으로 우리가 그렇게 관찰하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도록 창조했다고 설명하면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지니까. 그리고 당연히, 이 책의 내용이 전부 틀렸다고 하더라도 현대과학이랑은 아무 관련이 없다. 저자의 이력은 자연과학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전문성을 갖고 쓴 책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적당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종교적 관점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매우 재미있게 읽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처럼 비신자이면서 과학전공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좋게 평가해도 팬픽같다는 것 이상의 평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모든 것의 이론

    ‘모든 것의 이론(최태군 지음)’을 읽었다. 일단 25,000원이라는 굉장히 비싼 책값이 들었다는 걸 밝혀둔다. 원래 취미생활이란 쓸데없이 비싼 법이다. 여러분들이 이 책을 읽어볼 필요는 없으며, 이 책은 모든 것의 이론이라는 제목에 걸맞지 않게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만 알면 충분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500페이지가 넘는 많은 분량에 걸쳐서 최한기의 기학, 그리고 그 기학을 현대 물리학에 적용하는 방법, 그렇게 적용한 기학물리학을 통하여 상대성이론, 암흑물질, 양자역학의 여러 실험적 근거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물리학 전공자의 관점에서 이 책의 내용을 바라본다면, 이것들은 맞고 틀리고를 따질 수 조차 없는 주장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실험 결과를 어떻게든 설명하고는 있다. 그런데 그 설명의 수준이 “물체를 위로 던지면 아래로 떨어진다”라든가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먼저 떨어진다”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주장이 맞느냐 틀리느냐를 떠나서, 과학적이지 않은 언어로 써 있다는 뜻이다. 검증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책이라서 이 책은 과학책이 아니다. 물론 물리학 책은 더더욱 아니다.
    최한기는 조선 말기의 실학자로, 서양의 자연과학을 받아들여서 실용적인 부분에 적용하려고 시도한 사상가이다. 그의 주장은 실용성, 경험, 실질적인 것들이 아니면 다 헛소리라는 것으로, ‘종을 치면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종을 쳐 보지 않고서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그의 사상을 잘 대변한다. 이 책의 저자는 최한기의 기학을 현실의 물리학에 적용해서 뭔가를 해보려고 한 것 같은데, 적절한 적용에 실패하였다. 가령,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의 경우 지구에서 측정하는 시계와 인공위성의 시계 사이에 100만분의 38초 정도의 오차가 발생하는데, 어째서 그런 오차가 생기는지를 설명하려고 한 것이다. 그의 주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렇다면 어째서 100만분의 38초인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학물리학의 원리에 의해서 “왜” 그렇게 되는지는 설명할 수 있다 쳐도, 100만분의 38초여야 하는 이유는 그의 책에 적혀 있지 않았다. 물리학의 다른 분야에 적용한 기학물리학적인 설명 역시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수치로 실험 결과를 설명하고 있지 않다.
    책 표지에 적혀 있듯이 어떤 이론을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없으면 헛소리라는데, 이 책 역시 그 기준에서 보면 헛소리를 적은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에게 이 책을 읽도록 했을 때, 이해는 커녕 다 읽을 가능성도 없으며 아동학대로 신고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물리학 분야나 우주론 분야의 다른 유사과학책과 비교할 때, 물리학 전체를 설명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이다. 가령 어떤 책들은 초끈이론만 다루거나, 우주만 다루거나, 양자역학만 다루는 등 한 분야에서만 자신의 이론을 풀어내려고 했다면, 이 책은 자신의 이론을 물리학 전체에 적용하고 있다. 물론 틀린 말이지만. (사실은, 이 책의 내용은 맞고 틀리고를 따질 수도 없다.)

    내용이 재미있는 책은 전혀 아니므로 나는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절대로 추천하지 않는다.

  • 블랙홀과 양자컴퓨터3

    지난번 글에서 마지막에 던진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다: 블랙홀은 어째서 증발하는가? 간단히 말해서, 중력이란 질량을 가진 물질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그렇다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물질끼리 뭉치고 뭉쳐서 갈데까지 가버린 블랙홀이라는 것에서 증발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인가? 도저히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양자역학을 받아들인다면 블랙홀도 언젠가 증발해서 사라진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그걸 추론하기 위해서는 양자역학에서 중요한 개념들로 꼽히는 양자요동과 양자얽힘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양자요동이라는 개념 또는 그런 현상은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에 대해 설명되어 있는 교과서를 잘 읽고, 연습 문제를 잘 풀었다고 하더라도, 양자요동이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물리학을 전공으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양자요동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측정이라는 개념에 대해 먼저 생각을 해 보자. 측정(Measurement)이란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해서 그 대상의 특성을 알아낸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대상인데 그 특성을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 우리는 어떤 물체에 대해 알고 싶을 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필요하다면 우리가 ‘측정기구(Measurement apparatus)’라고 부르는 도구를 이용해서 측정을 한다. 이 과정은 어떤 실체적 개념에 대해서도 성립 가능하며, 반대로 말해서 측정할 수 없는 것은 물리적으로는 실존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측정이라는 표현은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손으로 만져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해서 물체를 보고 만질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굉장히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것 처럼 들리지만, 이 질문은 물리학에서 굉장히 중요하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눈으로 보는 과정을 살펴보면, 1. 물체에 빛이 쬐여지고 2. 물체에서 빛이 반사되어 3. 관찰자의 눈에 들어온 후 4. 관찰자의 뇌에서 인지 작용이 일어나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각 단계마다 더 잘게 쪼갤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일단 이렇게 4가지 단계 정도로 구분을 해 보자. 이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측정을 논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눈과 물체의 사이를 빛이 연결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로 중요한 부분은 뇌에서 인지 작용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빛이 없다면 물체와 눈 사이를 이어줄 것이 없으므로 우리는 그 대상을 볼 수 없고, 사실은 그 물체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빛은 어딘가에서 방출되어서 물체를 건드렸고, 그 결과로 빛은 물체의 특성에 대한 정보를 갖고 우리 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 빛을 우리의 눈으로 보고 뇌가 해석하는 것이다.

    굉장히 당연한 수순으로 보일텐데, 저 단계에서 놓치기 쉬운 단계가 바로 ‘빛은 물체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측정의 본질이다. 빛이 물체를 건드리지 않고 측정할 방법은 없다. 잠깐, 앞에서 ‘손으로 만진다’는 용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않았는데 빛이 물체를 건드린다는 과정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글을 읽다보면 이제 슬슬 이런 질문이 떠오를것이다. 빛이 물체를 건드린다는 과정을 다시 풀이하자면 빛과 물체가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뜻이다. 빛과 물체의 시간과 위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또는 어떻게 알 수 있는지는 일단 나중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고, 그런 정보를 우리가 추적해서 알고 있다고 할 때, 빛과 물체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다면 빛은 물체를 건드린 것이다. 그리고 그 반대로도 말할 수 있다. 물체는 빛을 건드렸다. 물체가 빛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빛은 물체에 반사될 때 물체의 정보를 갖고 나올 수 없다. 여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놓은 이론이 전자기학이며, 그것은 맥스웰 방정식으로 잘 설명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그럼 빛의 위치라든가 물체의 위치라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어서…)

  • 만월지

    소설 ‘만월지’를 읽었다. 이 소설의 장르는 ‘판타지’이다. 그러나 작품을 읽다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판타지 소설(반지의 제왕 등…)과 완전히 다른 장르인 것을 알 수 있다. 표현과 내용이 굉장히 시각적이고, 시적이고, 감각적이고, 감성적이고, 감정적이다. 다시 말해, ‘환상적’이면서 ‘환상’적이다. 여기서, 표현 뿐만 아니라 내용도 그렇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 읽고나서 하룻밤의 긴 꿈을 꾸고서 깨어난 느낌이 들 정도로 몽환적이며 환상스럽다. 제대로 읽기 위해서 굉장한 상상력이 필요한 소설이고, 꼼꼼히 음미하면서 동시에 꿈을 꾸듯 환상에 취해서 읽어야 했다. 일단은 이렇게 정리해 두고 이 취기를 좀 더 느껴야 할 것 같다.

  • 사랑한다. 평평한 지구

    사랑한다. 평평한 지구

    이 책에서는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가 주장하는 지구의 모양이 처음에는 둥근 구의 모양, 타원체, 조롱박 모양으로 점점 바뀌어 왔고, 따라서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18쪽) 또한, 나사의 주장에 의하면 타원이라는데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아무리 봐도 원이라서 자기모순적이라고 한다.(19쪽) 이걸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세상에는 측정 오차라는게 존재하고, 사진으로 볼 때 눈대중으로 대충 원으로 보이는 것과 측량을 통해서 타원으로 나타난 것은 분명 다르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심지어 정거방위도법 지도라든가 UN이 마크에 사용하는 지구 모양이 평면이라는 이유로(21쪽) 사실은 지구가 평평한데 둥글다고 거짓말 하고 있는거 아니냐고 주장한다. 물론 UN에서 정거방위도법을 마크에 사용하는 이유는 평평한 표면에 지구 전체를 다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지구 국가 (거의) 전체의 연합체인 UN이 국가의 일부만 나타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구드 도법 같은걸 이용하면 좀 이상해지고. 이 책에서는 그 외에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를 여러개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구름에서 쏟아져 내리는 빛줄기를 예로 들고 있는 것이다.(24쪽) 대기중에 수분이나 먼지가 많은 하늘에서, 구름을 통과하여 빛줄기가 내려오는 경우에는 빛이 지나간 흔적이 기둥처럼 보이게 되는데, 만약 태양이 매우 멀리 있다면 이 기둥의 모양이 원기둥 모양이 되어야지 방사형 모양으로 찍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원기둥 모양으로 찍히는 사진도 매우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반대로, 태양이 가까이 있다면 원기둥 모양으로 찍히는 사진은 절대 찍혀서는 안된다. 그리고 구름이 매우 두꺼운 경우, 내부적으로 빛이 여러번 산란되어서 평행광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사방으로 퍼지는 빛줄기가 찍히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나사는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다고 하는데,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보이는 달의 모양이 많이 달라야 하는데 다르지 않다고 하며, 이게 달이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26쪽) 아니, 오히려 지구 지름이 1만 2천 킬로미터이고 달까지 거리가 38만 킬로미터이므로 그 차이가 작을 수 밖에 없다. 아니, 그리고 굳이 그 차이를 밝혀내고 싶다면 사진 두장을 잘 찍어서 비교하면 된다. 대략 30분의 1 라디안 정도의 차이라면 충분히 현대 광학으로 차이를 찾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겨우 10페이지 정도 분량에서도 틀린 내용이 너무 많아서, 이 책에 나온 오류를 전부 지적하기에는 내 인생이 아까울 정도이다. 추가로, 59쪽에 있는 이야기를 살펴보자. “지구가 엄청난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는데 과연 어떻게… 몇 천년 동안 우리 선조들이 이름 붙여놓은 그 많은 별자리의 위치가 약간의 오차도 없이 그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별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것도 없이 서로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우리는 듣고 싶은 것이다.”라고 써 있다. 물론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은 선조들이 이름붙여둔 그 많은 별자리의 위치와, 별의 위치와를 매우 정확히 측정했으며, 별 사이의 간격이 얼마나 벌어지는지, 어떻게 틀어졌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를 전부 정확히 잘 알고 있다. 과학자들은 북극성이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90쪽을 보면 또 이상한 얘기를 하고 있다. 항해사들이 바다위를 항해할 때 구면삼각법을 이용해서 항해를 하지 않고 평면삼각법으로 항로를 정한다고 하는데, 이건 지구가 평평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물론 그럴리가 없다. 항해사들이 항해에 사용하는 해도는 메르카토르도법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 도법은 각도를 보존한다. 즉, 구면위를 여행하더라도 평면에서처럼 항로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의 저자는 레이저, 자이로스코프, 비행기, 사진기와 같은 현대적인 발명품을 이용해서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 발명품들을 가능하게 하는 과학적, 기술적 원리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적어도 지구가 평평한 원판 모양은 아니라는 사실을) 지지하는 원리와 정확히 같다. 예를 들어서, 이 책에서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증거로 레이저를 이용한 어떤 실험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실험이 맞기 위해서는 레이저의 원리가 정확히 이해되어야 한다. 레이저를 단지 “직진하는 빛” 정도로 이해해서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증거로 쓸 수가 없고, 어째서 레이저가 직진하는지에 대해 원리적으로 이해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레이저가 직진한다고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는 수백미터, 그리고 출력이 매우 강한 레이저를 사용한다고 해도 수백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서 달까지 갔다온 레이저 빛이 있다는 건 생각하지 말자. 이 분은 달이 훨씬 가깝다고 생각하시니까. 자, 그럼 레이저가 확실히 직진한다고 장담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으로도 직진해야 한다는 걸 확신해야 하고, 그 근간에는 전자기학과 양자역학이 있다. 깊이있는 설명은 하지 않겠지만,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의 모든 결론을 포함하고 있으며, 화학의 모든 결과를 잘 설명할 수 있다. 고전역학과 화학을 잘 결합해서 커다란 기계를 만들면 우리는 로켓을 쏴서 우주로 보낼 수 있는데, 거기서 찍어온 사진이 바로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이 책의 2부로 넘어가게 되면 본격적인 음모론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람들이 무한에너지에 눈을 뜨면 화석 연료로 부를 축적한 엘리트들이 위협을 당하기 때문이다.(211쪽) 게다가 타이타닉 침몰, 911 테러와 그에 의한 빌딩의 붕괴, 심지어 세월호 참사까지 엮어다가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나사가 발표하는 지구의 사진이 매년 바뀌고 있다는 것도 나사가 우리에게 진실을 숨기고 있는 근거라고 한다(275쪽). 아니 그럼 매년 새로 찍는데 매년 같은 사진이면 그거야말로 조작 아닌가???????

    총평하자면, 음모론과 유사과학에 대해 항마력이 딸리는 사람은 읽지 말아야 하는 책이다. 그리고 프리메이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지구가 평평하다는 사실을 감추고 둥글다고 믿게 만들고 있다는데, 지구가 둥글건 말건 프리메이슨은 돈을 잘 벌면 되는 것 아닌가. 참고로, 앞에 말했던 무한에너지는 우리가 아는 물리학에서 부정하고 있는 개념인데, 이 분이 그렇게 좋아하는 비행기, 자이로스코프, 레이저 같은 것들은 우리가 아는 물리학을 이용한 기술의 결과물이다. 내가 이런 분들에게 원하는 것은, 과학을 믿을거면 다 믿고, 부정할거면 다 부정했으면 좋겠다. 원하는 결과와 결론만 골라서 믿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