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일상

  • 희대의 사기극 우주는 없다(5)

    이번에는 ‘화성이 없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부분을 읽어보았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저자가 NASA에서 공개한 동영상과 사진이 모두 컴퓨터 그래픽이라고 하는 주장은 사실이다. 문제는 NASA에서 이미 그걸 컴퓨터 그래픽이라고 처음부터 밝히고 있었으며, 사진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공개를 했다는 점이다.

    먼저, 다음의 동영상을 감상해 보자.

    저자는 이 동영상을 보면서 “헌데 여기까지는 누가 봐도 실제 동영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것이다. 영상 자체도 자신은 실사가 아닌 CG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고작 이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수조가 투입되는 우주탐사선을 추가로 한 대 더 띄워보내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아마도 NASA측도 공식적으로 이 영상은 실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즉 이 영상마저도 실제라고 주장한다면 놈들 스스로 ‘나는 미치광이에 사기꾼이다!’라고 떠들어대는 것과 진배없을 테니까!” (37쪽) 라고 써 두었다.

    일단 위의 동영상은 CG로 만든 애니메이션 맞다. 동영상 소개에 써 있다. 저 동영상은 JPL 계정에서 올린 것으로 보이는데, 어쨌든 저자의 추측(?)대로 NASA측도 공식적으로 이 영상은 실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2011년에 공개된 동영상을 보고 2019년에 출판할 책을 쓰는데 NASA의 입장을 확인을 안한 것 뿐만아니라 동영상 설명에 써 있는 말도 읽어보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수많은 지구인이 믿고 있는 NASA에서 공개한 사진이 조작인지 컴퓨터 그래픽인지 실제로 찍은 사진인지 의심하고 있으면서, NASA가 그 사진에 대해 뭐라고 입장을 표명했는지 추측하기만 하고 확인하지 않는다니. 슬슬 이 지점에서 이 책을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저자는 위키백과에서 찾은 다음의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File:PIA16239_High-Resolution_Self-Portrait_by_Curiosity_Rover_Arm_Camera.jpg

    위의 사진은 큐리오시티의 셀카 같은 사진인데, 그림자를 자세히 보자.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왼쪽에 있는 바퀴의 그림자를 만드는 광원은 11시 방향에서 오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바퀴 중 가운데 바퀴의 그림자를 만드는 광원은 1시 방향에서 오고 있다. 그리고 오른쪽 바퀴 중 아래 바퀴외 가운데 바퀴 사이에 있는 막대기의 그림자를 만드는 광원은 4시 방향에서 오고 있다. 즉, 저자는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서 이 사진에는 광원이 3개가 있으며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화성에서도 태양은 1개만 떠 있을테니까. 따라서 “큐리오시티를 촬영한 사진은 실제 사진이 아닌 CG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ASA의 권위에 현혹된 대중들은 눈곱만큼의 의심 없이 그것을 화성에서 전송되어져 온 실제 사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42쪽) 라고 적고 있다.

    물론 위의 사진은 원본을 찾아볼 수 있는데.

    https://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16239

    어쨌든 사진 설명에 따르면 저 사진은 큐리오시티에 달려 있는 장비 중 MAHLI라는 카메라를 이용해서 찍은 사진 중 55장을 이어붙여서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진은 누가 어떻게 찍은 것인가? “셀카봉”이 보이지 않다니!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페이지에 간단한 설명이 나와 있다.

    https://www.theregister.co.uk/2012/12/14/nasa_explains_curioisty_self_portraits/

    대충 설명하자면, 큐리오시티는 저 셀카를 찍기 위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자기 자신의 일부에 해당하는 사진을 찍었다. 물론 이 때 찍은 사진의 원본에는 ‘셀카봉’이 나와 있다. 하지만 저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 찍은 55장의 원본 사진에 있는 셀카봉을 전부 다 그대로 노출시키면 저렇게 깔끔한 사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셀카봉이 찍힌 부분을 잘라내고 남은 부분으로만 이어붙여서 저 사진을 만들었기 때문에 셀카봉 없는 셀카가 찍힌 것이다.

    이쯤 읽어보니 점점 분명해 지는 것이, 저자는 사진과 동영상을 찾기만 하고 그에 해당하는 설명은 전혀 읽지 않은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뭘 반박해야 하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뭔가를 반박하고 있다.

    즉, ‘우주는 없다’는 저자가 섀도우 복싱 하는 내용이다. 우주가 없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고 논리가 없는걸 넘어서 반박하고자 하는 대상도 없다. NASA가 처음부터 컴퓨터 그래픽이라고 밝힌걸 놓고 “화성 사진은 컴퓨터 그래픽이다! 믿지 마라!”라고 하면… 나름 진지하게 읽고 있던 독자로써는 긴장이 탁 풀릴 수 밖에…

    (이어서…)

  • python multiprocess

    파이썬을 이용해서 멀티프로세스를 돌리는 예제

    import multiprocessing as mp # 멀티프로세싱을 하기 위해 모듈을 갖고 온다.
    def myfunction(a, b): # 멀티프로세싱에 사용할 함수 예제.
    b=a*3
    return
    master=mp.Manager() # 여기서 멀티프로세싱 마스터 매니저를 정의한다.
    processes=[] # 프로세스를 미리 준비시켜 둘 리스트.
    startedprocesses=[] # 시작된 프로세스를 넣어둘 리스트.
    res=master.dict({}) # 프로세스의 실행 결과를 넣어둘 리스트. 마스터 매니저에 붙어있는 형식으로 선언해야 멀티프로세싱에서 잘 작동한다.
    for s in input_data_list: # 프로세스에 넣을 값들의 리스트로 돌리는 for 구문
    processes.append(
    mp.Process(
    target=myfunction, args=(s,res)))
    # processes는 프로세스를 미리 준비시켜 둘 평범한 리스트였다. 여기에 프로세스를 준비시켜서 넣어둔다.
    # 멀티프로세싱 모듈은 프로세스를 찍어내기 위한 클래스를 갖고 있는데, 그게 바로 Process라는 클래스이다.
    # 이 예제와 같이 사용한다면, “myfunction이라는 함수에 s라는 데이터를 집어넣고 res에 그 결과를 되돌리는” 프로세스를 정의한다.
    while len(processes):
    p=processes.pop() # 미리 준비해둔 프로세스 목록에서 가장 끝에 있는걸 하나 꺼내온다. (사실 꺼내오는 순서는 상관없다.)
    p.start() # 프로세스를 시작한다.
    startedprocesses.append(p) # 시작된 프로세스를 startedprocesses에 넣어둔다.
    while len(startedprocesses):
    p=startedprocesses.pop() # startedprocesses에서 프로세스를 하나 꺼내온다.
    p.join() # join 메소드는 해당 프로세스가 끝날 때까지 파이썬이 기다리도록 시킨다.

  • 희대의 사기극 우주는 없다(4)

    ‘희대의 사기극 우주는 없다’를 읽어보는 그 네번째 시간이다. 이번 시간에는 일단 30페이지에서 33페이지까지 읽어보도록 하겠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펠릭스 범가너가 2012년에 39킬로미터 고도에서 뛰어내린 동영상 기록을 근거로 들고 있다.

    우주정거장에서 찍은 사진도 있다.

    https://ko.wikipedia.org/wiki/%EA%B5%AD%EC%A0%9C%EC%9A%B0%EC%A3%BC%EC%A0%95%EA%B1%B0%EC%9E%A5

    우주정거장에서 찍은사진을 보면 지구는 대충 살짝 둥근 정도로 보인다. 그리고 우주정거장의 고도는 (우주는 없다 저자에 따르면) 340킬로미터에서 433킬로미터라고 한다. 그리고…

    https://youtu.be/Dt0QuBsGU20?t=98

    대충 이런 사진을 보여주면서, 39킬로미터에서 찍은 사진을 보라고 한다. 분명히! 더 멀리서 찍은 우주정거장의 사진이! 왜! 더 가까운데서 찍은 사진보다 평평해 보이는가? 이것은 조작이다!!!

    …라고 결론을 내고 있는데. 당연히 틀린 결론이고. 문제는 이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쓸데없는 노력을 기울인 것과 비슷한 정도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시간에 쫒기는 여러분들은 그냥 대충 넘어가면 되겠다.

    위의 위키백과 사진의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어있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TS-134_International_Space_Station_after_undocking.jpg

    저 사진의 원본에 가까운 파일을 구할 수 있는 NASA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자.

    https://www.spaceflight.nasa.gov/gallery/images/shuttle/sts-134/hires/s134e010137.jpg

    저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서 속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피사체 거리가 430만 킬로미터로 나오는 건 기분 탓(…) 이다. 니콘이 카메라를 만들면서 저렇게 멀리 있는걸 찍을 일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이 정보만 갖고서 렌즈를 뭘 썼는지는 알 수가 없는데, 나무위키를 참고해 보니 길이가 대충 100미터 정도 되는 것 같다. https://namu.wiki/w/%EA%B5%AD%EC%A0%9C%EC%9A%B0%EC%A3%BC%EC%A0%95%EA%B1%B0%EC%9E%A5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 구글에 검색을 해 보았다. 그 결과, 플릭커에서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s134e010137

    플릭커의 EXIF 정보를 살펴보니 렌즈가 28-70 f/2.8 이라고 되어 있었고, 이 렌즈는 다음의 제품 되시겠다.

    http://prod.danawa.com/info/?pcode=151532

    렌즈 자체의 특징에 대해서는 다음의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지만) 글을 참고해 보았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undaycrazy&logNo=100128662060&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어쨌든 우주정거장 사진은 저 렌즈를 사용해서 사진을 찍은 것이고… 이제 레드불 스트라토스 사진을 살펴보자.

    http://www.redbullstratos.com

    http://www.redbullstratos.com/gallery/all-media/cameras/1.html

    위의 유튜브 캡쳐본이 어느 카메라에서 찍혔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http://www.redbullstratos.com/gallery/all-media/cameras/1.html

    그리고 저 카메라 모듈(케그keg라고 한다) 한개에 저렇게 카메라 세대가 들어간다.

    https://www.qualcomm.com/news/onq/2013/10/31/filming-felix-capturing-red-bull-stratos-space-jump

    그리고 퀄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어디에 어떤 카메라가 쓰였는지 잘 설명되어 있다. 어쨌든 그건 그렇다 치고. 카메라 종류에 따라서 같은 위치에서 찍었더라도 지구의 곡률이 다르게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의 표현을 빌어서 질문한다면 – ‘이것이 물리학적으로 가능한 일인가?(31쪽)’

    이것이 물리학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궁금하다면

    https://blog.naver.com/mr9koo/150128907644

    이 블로그에 가서 어안렌즈로 찍은 사진을 구경해보자. 펠릭스가 뛰어내린 높이보다 지표면에 훨씬 가까운 빌딩 옥상에서 찍어도 지평선이 구부러져 보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주는 없다’의 저자는 카메라와 광학계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부족한 상태에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조잡한(…) 사진으로 그림이 가짜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이걸 굳이 설명해야 하는 걸까 싶긴 한데… 굳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카메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과 실제 현실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심지어 우리가 실제로 본 것과 실제로 봤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 무엇이 실제로 존재하는가’는 객관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무엇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는 굉장히 주관적인 이야기다. 무엇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살든지 그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인간이 현실세계에 빌붙어서 살고 있는 한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와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세계 사이의 차이가 너무 크다면 현실세계에서 살기가 굉장히 힘들다. 현학적으로 얘기한 것 같은데, 쉽게 말해서 망상에 빠져 살면 망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각자의 주관적인 세계를 갖고 있을텐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우주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믿는가? 여러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된다. 만약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하나의 세계가 실존하고, 그 현실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을 한다면, 사람마다 다른 경험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경험에는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그 공통적인 부분을 모아서 실존하는 현실세계의 모습을 추측하면 그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우주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점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의 현실에 관한 주장이 조금씩 다르다는 이유로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주장은 조금씩 다른 것이 당연하고, 그 속에서 공통적인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가 중요하다. 현실에 가까운 경험일수록 공통점이 많고, 현실에서 멀어질수록 공통점이 적다. 지구가 둥글고 저 하늘의 저편에 우주가 존재한다는 현실은 단지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에서 사진을 찍어왔다는 것만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다. 그 사진은 현실의 지극히 일부분이고, 우주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상에서 관측한 수많은 결과가 모두 일관되게 우주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지구의 모양이나 우주의 존재성에 관한 주장은 현실 전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가설이다. 지구의 모양이 평평하다는 가설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이 가설로 설명할 수 없는 증거가 제시되거나, 증거를 설명하기 위해서 증거마다 다른 가설이나 가정을 덧붙여야 한다면 그런 가설은 굉장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제시된 증거를 설명하는 것 까지는 어떻게든 성공했다고 쳐도, 이 가설을 이용해서 새로운 뭔가를 하고 싶을 때 써먹기가 어려운 것이다. 사실은 어렵다기보다는 두렵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앞에서 말했듯이 현실과 생각이 차이가 클 수록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데, 가령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죽는 것과 같은 문제가 있다. 틀린 가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뭔가를 하려고 할 때, 그 새로운 무언가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 그걸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가정을 도입해야 하는데 그건 그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 보기 전에는 할 수가 없다. 그 새로운 무언가가 틀렸을 경우 되돌릴 수 없는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는 생각이라면, 과연 과감하게 시도해 볼 수 있을까? 최대한 현실에 가까운 가설을 도입하는 것이 위험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남들이 다 같은 얘기를 한다고 그게 전부 진실은 아니지만, 과학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 대체로 진실이다. 모르겠으면 그냥 외우자.

  • 희대의 사기극 우주는 없다 (3) – 보충 설명

    지난번 글에서 이틀간 찍은 사진을 합쳤기 때문에 같은 구름 모양이 두번 나타날 수도 있는거 아닌가 하고 구름 사진을 설명했었고, 이에 대해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지적이 있어서 NASA에서 구름 부분을 담당했던 레토 스퇴클리 박사님에게 직접 문의를 드려보았다. 스퇴클리 박사님은 내 이메일을 받고 거의 기다림 없이 답장을 주셨고 그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겠다.

    답장에 의하면, 2001년에는 적도 부근의 사진을 처리할 때 해당 지역의 구름 데이터가 부족해서 가까이 있는 구름 데이터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주는 없다’ 저자의 지적은 올바른 지적이다. 결론은 틀렸지만.

    이 설명이 잘 이해가 안된다면 다음의 동영상을 참고하도록 하면 된다.

    스퇴클리 박사님의 답장의 마지막 부분에 “디카 사진은 다 가짜다. 어차피 카메라 제조사가 내부 데이터 처리 과정을 공개하지 않잖은가? 최소한 NASA 위성 데이터는 데이터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라고 적힌 말이 무슨 뜻인지, ‘우주는 없다’의 저자가 깊이 숙고해 봤으면 좋겠다.

    P.S. I am very approciated of nice response from Dr. Reto Stokli.

  • 희대의 사기극 우주는 없다(3)

    피라미드 에너지의 힘 덕분에 쿨타임 지나서 조금 더 읽어보았다.

    지난번에 CG로 보인다는 지구 사진이 뭔가 했더니 일단 URL을 적어두었다.

    https://visibleearth.nasa.gov/view.php?id=57723

    이곳의 사진을 보면서 저자는 사진을 면밀히 살펴서 같은 모양의 구름이 두 곳에 찍혀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위의 주소에 들어가서 사진을 살펴보면 과연 그러하다. 저자는 28쪽에서 “위의 내용이 혹시 조작이 아닌가 의심이 되는 분들은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란다.”라고 적어두었다. 그리고 이어서 29쪽에는 “구름 모양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붙여넣기가 아닌 이상 이것이 과연 현실세계에서 가능한 일인가?” 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래서 나도 들어가서 확인해 보았는데, 거기에 적힌 그림 설명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원문과 해석은 다음과 같다.

    This spectacular “blue marble” image is the most detailed true-color image of the entire Earth to date. Using a collection of satellite-based observations, scientists and visualizers stitched together months of observations of the land surface, oceans, sea ice, and clouds into a seamless, true-color mosaic of every square kilometer (.386 square mile) of our planet. These images are freely available to educators, scientists, museums, and the public.

    이 굉장한 “푸른 구슬” 사진은 오늘날까지 전체 지구의 가장 자세한 총천연색 사진입니다. 위성에서 찍은 지표면, 바다, 해빙, 구름에 대한 관측 자료를 모아서, 지구의 각각의 1 제곱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사진을 과학자들과 영상전문가가 한땀 한땀 매끄럽게 이어붙였습니다. 이 사진은 교육자, 과학자, 박물관, 공공용도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Much of the information contained in this image came from a single remote-sensing device-NASA’s Moderate Resolution Imaging Spectroradiometer, or MODIS. Flying over 700 km above the Earth onboard the Terra satellite, MODIS provides an integrated tool for observing a variety of terrestrial, oceanic, and atmospheric features of the Earth. The land and coastal ocean portions of these images are based on surface observations collected from June through September 2001 and combined, or composited, every eight days to compensate for clouds that might block the sensor’s view of the surface on any single day. Two different types of ocean data were used in these images: shallow water true color data, and global ocean color (or chlorophyll) data. Topographic shading is based on the GTOPO 30 elevation dataset compiled by the U.S. Geological Survey’s EROS Data Center. MODIS observations of polar sea ice were combined with observations of Antarctica made by the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s AVHRR sensor—the Advanced Very High Resolution Radiometer. The cloud image is a composite of two days of imagery collected in visible light wavelengths and a third day of thermal infra-red imagery over the poles. Global city lights, derived from 9 months of observations from the Defense Meteorological Satellite Program, are superimposed on a darkened land surface map.

    이 사진에 포함된 대부분의 정보는 나사의 MODIS라는 원격 감지 장비를 이용한 것입니다. 이 장비는 지표면 700킬로미터 상공을 돌고 있는 Terra 위성에 실려있으며, MODIS는 땅, 바다, 대기권의 다양한 정보를 관찰할 수 있는 통합적인 도구입니다. 이 사진에서 땅과 바다 부분은 2001년 6월에서 9월 사이에 구름에 가린 부분을 다시 찍기 위해 8일에 1번씩 얻은 정보를 모은 것입니다. 이 사진의 바다 부분의 자료는 두가지 종류의 자료가 사용되었습니다. 얕은 물의 총천연색 자료와 전체 바다의 색상(또는 클로로필) 자료입니다. 지표면의 그림자는 미국의 측량 조사기관의 EROS 데이터 센터에 있는 GTOPO 20 고도 자료집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극지방 해빙의 MODIS 관찰은 해양대기관리국이 AVHRR 센서로 만든 남극의 자료를 사용하였습니다. 구름의 사진은 2일동안 가시광선 영역으로 찍고, 3일째에는 적외선 영역을 찍어서 모은 것입니다. 도시의 빛은 9개월동안 지표면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 찍은 것을 겹쳐서 만든 것입니다.

    자. 그러니까, 같은 모양이 두장씩 보이는 이유는 2일동안 찍은 사진을 이어붙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저자의 지적은 매우 의미가 있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붙여넣기”가 아닐 뿐, 굉장히 많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과학적 자료를 해석 할 때에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사용했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원본 자료로부터 어떻게 그림을 그려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 사진을 인공위성에서 디카로 한번에 찍으면 찰칵 하고 찍히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뒤이어서 저 사진에 있는 구름의 모양이 고양이나 개 모양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인위적으로 그려 넣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덤이다.

    조작되지 않은 사진이 굉장히 멋지게 찍힐수 있다는 사례는 구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https://www.google.com/search?newwindow=1&q=dragon+cloud&tbm=isch&source=univ&client=firefox-b-d&sa=X&ved=2ahUKEwi6-sK13YfkAhXM62EKHZ0DC7wQsAR6BAgHEAE&biw=1920&bih=976

    어쨌든 오늘은 가볍게 2페이지만 읽고 마치도록 하겠다.

    한줄요약: 이틀동안 찍은 사진을 이어붙였으니 당연히 같은 구름이 두번 나오겠지요…

  • 피라미드 에너지(2)

    피라미드 구조물 안에서 고양이를 키우면 고양이가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뒤로하고, 5장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4장에는 화장품이나 물이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5장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83쪽에 “빌은 피라미드 아래에서 2년도 넘게 자고 있지만 그의 머리숱은 여전히 그렇게 많지 않다.”고 써 있다. 즉, 아무리 피라미드 에너지가 영험하더라도 탈모는 못 고친다는 뜻이다. 그럼 피라미드는 정말로 아무 쓸모가 없잖아.

    탈모는 피라미드로도 못 고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뒤로하고 2부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저자는 2부를 시작하면서 “잠시나마 물리학적인 법칙들의 중요성을 잊어버리는 것이다.”(90쪽)라고 쓰고있다. 물리학적인 법칙들의 중요성을 잊어버리는 건 좋은데, 내가 물리학 법칙의 중요성을 잊어버리는 것과 나에게 물리학 법칙이 작용하는 것에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 내가 물리학 법칙의 중요성을 잊어버리는 것은 물리학 법칙에 위배되지 않으니까…

    6장에서는 자석과 자기장 이야기를 하는데, 특히 흥미로운 것은 피라미드가 지표와 수평을 이룰 때에만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피라미드를 뒤집어 놓았을 때에는 아무런 효능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왜 흥미로운가 하면, 피라미드 에너지는 1.중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2.우주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탈모도 못 고치는 주제에 중력이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 신비의 구조물이라니.

    아무튼, 저자들은 피라미드 에너지의 작동 원리를 진동과 공명을 도입하여 설명을 하려고 시도하는 것 같다. 지구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전자기적인 장치이고, 매우 복잡한 파동들로 가득차 있는데 피라미드는 그 고유한 공명 진동수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이 분이 진동이나 공명을 뭐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리굽쇠의 공명을 이야기하는 걸로 봐서는 어디서 주워들은 것 같긴 한데 그 이후에 “질병은 생명력을 가지고 사는 것에서 육체의 리듬으로부터 일탈한 표류 상태일지 모른다고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95쪽)라고 적고 있는 걸 봐서 저자에게 의학이나 생물학에 관한 지식은 하나도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다.

    96쪽에는 맥도나그 박사가 하워드 경에게 보낸 편지에서 물질의 파동이나 진동에 관한 그의 생각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주의 모든 신체들은 활동의 응축물이다. 모든 신체들은 파동을 하고 그것은 다시 말하여 또다른팽창과 응축을 하는 것이다. 그 리듬은 기온에 따라 활성화 되는 것이다. 식물들의 수액 속에나 동물들의 피 속의 단백질이 그런 신체가 되는 것이고, 그것이 또한 그 기관의 모체가 되거나 동물의 조직이 되는 것이다.(그 뒤로 1페이지 분량이 이어짐.)”

    … 이게 단순해?

    어쨌든 이 섹션은 “신체의 전기체계가 단순히 잘못된 식사습관에 의해서 고장날 수 있으며 그것이 파괴에 의한 바이러스를 만드는 진종(진동)이나 파동체계의 충분히 급진적인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일까?”(97쪽) 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 다음 섹션에서 “사람이 인공적인 설탕을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되면 설탕은 피 속에 있는 많은 칼슘과 인을 흡수하게 된다.”(97쪽)는 잘못된 지식을 적어놓고 있다. 뭔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상적인 상태인 2.5대 1의 관계에서 정상치보다 낮은 2대 1 혹은 심지어 1.5대 1로 낮아지게 되어 신체의 전기체계에 정확한 결핍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이어지는데, 무엇의 비율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설탕과 칼슘의 비율인가, 칼슘과 인의 비율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그리고 문맥상 칼슘과 인의 비율이라고 쳐도, 2.5대 1의 관계가 유지되기만 하면 얼마라도 상관 없는 것인가? 혈액속에 있는 2.5그램과 1그램의 물질이 2.5밀리그램과 1밀리그램의 물질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이어지는 음이온 이야기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도록 하겠다. 여러분이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그 음이온 이야기 맞다.

    7장에서는 드디어 이와 같은 신비한 에너지가 가장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는 분야인 ‘수맥 찾기’가 소개된다. 여기서는 다우징 기법을 이용한 수맥 탐사의 전문가인 ‘빌 콕스’라는 분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분은 우물을 파기 위해 수맥을 찾는데 다우징 기법을 쓰는데, 어쨌든 엄청 잘 찾는다고 한다. 심지어 본인이 어느 지점에서 수맥 찾기를 ‘실패’라고 판정했어도 어쨌든 그 근처에 물이 있기는 했으며 깊이나 물의 양이 예상과 달랐을 때 실패라고 생각한다는 모양이다. 이어서 빌 콕스가 이런걸 어떻게 배웠는지 쓰는데…

    “작고한 위대한 수맥찾기 전문가였던 베르느 카메론의 제자인 나는 피라미드 에너지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기존 과학의 물리적, 정신적 한계를 넘어서 … 신성한 계획에 있어서 진보의 기능이었다. 이것이 자연의 조화와 사물들에 대한 우주적인 계획이 있었던 이래로 초의식의 자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 고대의 스승들은 자연의 신비스럽고 비밀스러운 언어를 정확히 번역할 수 있기 …”(106-107쪽)

    그리고 이 분들은 다들 그 위대한 초의식과 자연의 비밀스러운 언어를 배워서 수맥 찾는데 쓰고 있다. 뭔가 좀 아까운 것 같지만 … 탈모도 못 막는데 이것은 우물 파기 이외에 대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8장은 단 3페이지라서 그냥 훌쩍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너무 놀라운 문장이 적혀 있어서 소개해야만 할 것 같다. “모든 미네랄이 분자핵에 있어 양자 – 중성자의 균형을 이루게 하는 에너지 원이라고 보도되고 있다.”(115-116쪽) 어디서부터 틀렸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 틀렸다. 자연계에서 양성자와 중성자의 균형은 원래 잘 이뤄지고 있고, 그게 안되면 핵분열이든 핵융합이든 아무튼 에너지를 방출하며 터져버린다. 그리고 미네랄 역시 양성자와 중성지로 이루어져 있고 그게 무슨 에너지를 방출하지는 않는다. 참고로,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라고 하는 윌리엄 틸러 박사 이야기가 몇 번 인용되고 있는데, 검색해보니 이 분이 그 유명한 “관찰자 효과”라는 것을 이야기한 것 같다. 물론 구글에 검색해서 나오는 관찰자 효과는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충 신비롭게 설명하는 것이라 전혀 믿을 것이 못 된다. 그 비슷한 개념이 양자역학에 있긴 한데, 어쨌든 그건 아니다. 관찰자 효과가 뭔지 잘 모르겠으면 그냥 그런거 없다고 하는 것이 좋다. 아무튼 그런거 없다.

    9장은 ‘심령치료’라는 제목인데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안그래도 할 말이 많은데 내 전문분야가 아닌 영역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어쨌든 ‘가까운 미래에 이 두 분야에서 놀랄만한 발전을 보게 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124쪽) 라고 써 있긴 한데, 아무래도 20년은 가까운 미래가 아닌 것 같다.

    10장은 ‘미지의 달’인데 여기서는 지구의 지진과 달의 지진이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하는데, 어쨌든 이건 본문의 피라미드 에너지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이야기인 것 같다. 책을 그냥 내기에는 분량이 적어서 끼워 넣은 것일까? 이 장의 마지막은 달에서 탄소가 발견되었다고 하면서, 탄소가 발견된 곳에서는 거의 확실하게 생명체가 있었거나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참고로, 태양계에서 탄소가 가장 많은 곳은 태양이다(…)

    11장은 마지막으로 피라미드의 건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누가 왜 만들었는지, 외계인이 만들거나 외부의 신이 만든거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

    이 책의 가장 신비로운 점은 1999년 10월 20일에 초판 6쇄가 발행되었다는 점이다. 20년 전이라니. 정말 옛날 얘기인 것 같다.

  • 피라미드 에너지

    이 책을 보는 순간 제목에서부터 뭔가 느껴진다면 그게 바로 피라미드 에너지다.

    이 책은 첫 문장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전세계에 걸쳐 수십만의 사람들이 피라미드 모형을 이용함으로써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9쪽) 전 세계에 걸쳐 수십만의 사람이라고 한다면, 왜 나는 그런 연구와 성과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일어났으나 그런것들을 일일이 따지다보면 마도서를 읽는데 방해가 될 뿐이므로 무시하였다.

    저자는 알렉시스 캐럴(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이 시대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의 한 사람)의 문장을 인용하여 “… 공인된 과학의 범주를 넘는 어떠한 가설을 우리가 제기했을 때… 과학적인 발견과 합치되지 않는다는 … 이유만으로 가설을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10쪽) 라고 쓰고 있다. 이 문장은 과학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가설을 지지하고 거부할지 정하기 위하여 과학적인 과정을 거친다. 그렇다면 과학적인 방법이란 무엇일까? 과학이란 잘 정의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지 않는다면 피라미드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도 과학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미 피라미드 에너지에 관한 이야기들은 우리가 아는 과학의 범주에서는 한참 벗어나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으며 옛날엔 그런 이야기를 사람들이 믿었나보다 하면 된다……… 라고 하기엔 이 책이 1999년에 출판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절망스럽게 한다. 20년은 옛날인가 아닌가. 그러면서 이 책은 서두에서 우리는 그런 사기꾼들과는 다르거든! 이라고 말하며 뭔가 다르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별로 다르지 않다.

    먼저, 1장에서 면도칼이 등장한다. 이 면도칼이 피라미드 에너지 연구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는 잠시 후에 논의하도록 하고, 17쪽에 좀 이상하게 적혀 있는데. 이 부분에서 저자는 프랑스 사람이라는 ‘앙뚜안느 보비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런데 그 다음 문장에서 ‘보리스’가 되어서 나온다. 그리고 그가 피라미드 안에서 발견한 것이 ‘미라’처럼 바싹 마른 동물의 사체라고 한다. 문제는 ‘미라’를 영어로 ‘mirra’라고 적었다는 점이다. 미라는 영어로 ‘mummy’라고 한다. ‘mirra’는 검색을 해보니 포르투갈 어로 미라를 뜻하는 말인 것 같다. 미국인이 영어로 쓴 책에 프랑스인 이야기를 실으면서 포르투갈 어의 단어를 사용하다니 뭔가 이상하지만 아마도 번역이 틀린 것이라고 짐작된다.

    면도칼이 왜 나왔느냐면, 피라미드 에너지의 존재와 유용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이 책에 나온 설명을 그대로 옮겨보자면, 피라미드 모양의 구조물 안에 면도칼을 넣어두면 면도칼이 녹슬지 않고 오래간다. 심지어 닳은 면도칼이 날카로워지기도 한다. 이것은 앞에 나왔던 보비스가 피라미드 안에서 바싹 마른 동물의 사체를 발견한 것과 마찬가지 현상으로, 수분이 제거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것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물의 쌍극자 구조, 자기장이나 전기장 얘기를 하고 있는데, 물리학 전공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모든 것을 전부 잘못 설명하고 있다. 잘못 이해했거나.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피라미드 모양의 구조물이 그 내부에 어떤 공명 현상을 일으켜서 물 분자를 물질로부터 뜯어낸다는 것이다. (20-21쪽)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피라미드 모양의 내부에 면도칼을 둘 때 칼날의 방향을 지구 자기장 방향에 맞게 두어야 칼날이 예리해 진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장이 피라미드 구조물의 내부에 공명 현상을 일으켜서 물 분자를 밖으로 끄집어 낸다고 한다.(22쪽) 내가 물리학 전공자다보니 이 부분만 봐도 굉장히 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먼저, 동물의 사체에서 물 분자가 빠져나오는 것과 녹슨 면도칼에서 수분이 빠져나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반응이다. 동물의 사체에 있는 물 분자는 분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물 분자가 동물의 사체에 있는 세포에 붙어있을 수 있는 이유는 세포를 구성하는 다른 분자들과 상호작용하는 분자력, 대체로 이 경우 쌍극자 결합이나 수소 결합 등에 의한 것이다. 면도칼이 녹이 슬게 되는 것은 면도칼의 주 성분인 철 원자가 산소와 결합하는 현상이다. 면도칼의 녹이 슬은 부분은 면도칼에 물 분자가 분자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달라붙어있는 것이 아니고, 물 분자의 산소 원자가 철 원자와 달라붙어서 산화철이라는 다른 화합물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공유결합으로, 방금 말한 쌍극자 결합이나 수소 결합과 비교하면 매우 강한 화학적 결합이다. 동물의 사체에서 물 분자를 제거하려면 물 분자를 밖으로 뜯어내면 되지만, 면도칼에서 녹슨 부분을 제거하려면 산소 원자와 철 원자의 화학적인 결합을 끊어야 하며, 이 두가지 현상은 영역이 다른 현상이다. 물론 적당한 구조와 외부에서 적절한 에너지를 공급했을 때 세포에서 물 분자를 뜯어낼 수도 있고, 녹슨 산화철을 순수한 철로 환원시킬 수도 있다. 세포에서 물 분자를 뜯어낼 때 쓰는 장치는 전자레인지라고 하고, 녹슨 산화철을 환원시킬 때 쓰는것은 레이저 녹 제거기이다. 둘 다 전자기파지만 어쨌든 피라미드 구조물 안에서 지구 자기장 방향으로 물건을 놔뒀을 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이 책은 22쪽에서 굉장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피라미드 모양 내에 … 탈수는 강철로 만든 면도칼의 분자 구조에 빈자리를 만들고, 자기장 내부에 흐르던 분자들이 면도칼의 끝으로 이동하여, 칼날의 날이 다시 서게 되는 것이다.” 란다. 지금 이게 무슨 말이냐면, 오래 써서 닳아버린 면도칼을 피라미드 구조물에 넣어두면 면도칼이 저절로 날카로워진다는 뜻이다. 심지어 내부적으로 철 원자들이 이동해서!

    철 원자들이 면도칼을 구성할 때 이루고 있는 금속 결합이 얼마나 단단한지, 거기서 철 원자가 움직인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한 학기 짜리 고체물리학 강의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다루지는 않겠다. 그렇다면… 피라미드 구조물 안에 있는 면도칼에서 철 원자가 칼날 부분으로 몰려가서 칼날이 날카로워진다면, 반대 방향으로 칼날을 두면 칼날이 저절로 무뎌지는 걸까?

    어쨌든 바로 앞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피라미드 구조물과 지구 자기장이다. 25쪽에서는 피라미드 에너지가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전기적 자극을 피해야 된다고 한다. 냉장고나 텔레비전 위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4피트 이상, 대략 1.2미터 이상 멀리 떨어트려 놔야 한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 이 주의사항은 굉장히 황당한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지구 자기장과 막대자석의 자기장, 냉장고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전자기파의 자기장과 모두 같은 것이다. 지구 자기장의 방향을 알 수 있는 장치인 나침반을 가만히 두면 지구 자기장과 같은 방향으로 정렬된다. 그리고 그 주변에 다른 자석을 가져오면 나침반이 그 막대자석에 끌려가서 방향이 틀어지게 된다. 많은 신비주의자들이 이 현상을 잘못(또는 일부러 잘못) 해석하고 있는데, 이건 막대자석이 지구 자기장을 방해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나침반 주변의 자기장의 방향이 바뀐 것이다. 즉, 지구 자기장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면 막대자석으로도 충분히, 또는 그보다 더 강하게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26쪽에서는 근처에 있는 강한 자성물체가 피라미드 구조물의 작용을 방해한다고 적혀 있다. 이게 무슨 …

    27쪽의 주석에서는 피라미드 구조물의 면 부분에 덮개를 씌운 것과, 뼈대만 있는 것 사이에 효능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피라미드 구조물에 덮개를 씌운 것과 뼈대만 있는 경우에 대해서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 있을 때 뇌파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애초에 피라미드 구조물이 뇌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덮개를 씌우든 말든 뇌파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리가 없다.

    어… 그리고 2장에서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이것도 이 책 자체에서 반박이 되고 있다. 35쪽에서는 피라미드 구조물 안에 있던 음식물이 상하지 않고 오래 보존되는 현상에 대해서, 피라미드 구조물의 영향에 의해 미생물이나 박테리아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쓰고 있다. 그리고 한페이지 넘겨서 37쪽에서는 와인을 피라미드 안에 넣으면 더 맛있어 진다고 한다. 왜냐면, 피라미드가 발효 과정을 재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35쪽과 37쪽을 비교해서 읽으면서 나는 정말 …

    42쪽에서 본인들이 수행한 실험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태양과 그것이 일으키는 폭풍의 유형, 달과 달의 위상, 그리고 떨어져있지만 설명할 수 없는 태양계 내 행성들 간의 영향들 등이 지구의 자기장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자기장이 그렇게 중요하면 왜 막대자석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건가요. 어쨌든, 42쪽에서는 우유에서도 발효가 잘 일어나서 치즈를 쉽게 맛있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43쪽에서는 치즈에서 곰팡이의 성장을 방해하여 치즈의 맛이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만든다고 한다. 우유의 발효와 치즈의 부패를 방해하는 얘기는 둘째치고, 1장에서 동물의 사체에 들어있는 수분과 면도칼의 수분을 다 끄집어내는 강력한 에너지가 우유나 치즈를 말라비틀어지게 하지는 않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 어째서 이 책은 내부적인 모순으로 점철되어 있는가? 이래서는 저자들이 피라미드 에너지를 아무리 잘 설명하고 싶다고 해도 전혀 설득력이 없다. 하나만 하자. 하나만…

    47쪽에서 피라미드 구조물 안에 둔 사과에 대해 설명하기를, “그 사과의 껍질은 비록 쪼글쪼글했지만 그것을 잘라보았을 때 대단히 상태가 양호했고 수분이 많으면서도 바삭거림을 알 수 있었다.”라고 써 있다. 이 문장이 번역의 오류가 아니라면, 수분이 많으면서도 바삭거린다는 상태를 상상해야 하는데, 이건 뭐지 싶다. 도저히 상상이 안된다.

    사실 저자들은 48쪽에서 비밀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피라미드에 음식을 보관할 때 커버를 씌워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만 비밀을 털어놓았다. 커버의 재질은 뭘 쓰더라도 상관 없지만,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투명한 비닐이다. 그것은 태양을 받는데에 있어서는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라고. 태양…이 답이네. 아, 그리고 아까 말을 안 하고 넘어갔는데, “플라스틱으로 커버링을 만든 피라미드 아래에서 식물이나 꽃들이 더 잘 자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30쪽)고 써있다. 그럼 왜 세균이나 박테리아는 못 자라는 것인가…

    벌레가 피라미드 주변에 접근을 못했다는 얘기는 건너 뛰고, 피라미드가 담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피라미드 안에 담배를 넣어두면 피라미드 에너지가 담배에 적당한 습도를 유지시켜서 담배의 맛과 향을 좋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아니 책 첫 페이지에서 소개한게 피라미드 안에서 미라처럼 바싹 말라비틀어진 동물 사체가 발견된 얘기였는데요…

    저자들은 “온실에서 녹색빛을 사용하는 것”…의 유용성이 대표적으로 널리 수용되고 있다고 하며 이 책의 제 3장을 시작한다. …계속 읽을까요?

    (…)

  • 희대의 사기극 우주는 없다(2)

    이번에는 첫 챕터를 읽어보았다. 이 챕터의 주제는 ‘지구를 촬영한 사진은 모두 컴퓨터 그래픽이다’라는데…

    첫번째로, 여러 연도에 걸쳐서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이 사진들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조작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의심하는 근거는 “사진마다 지구의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는 부분이다.(25쪽) 일단 이 지적부터 반박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촬영할 때 마다 색이 다른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저자는 자료사진에서 1972년, 1997년, 2002년, 2007년, 2012년, 2013년, 2015년에 찍은 지구의 사진을 늘어놓고 있다. (출처 인용 표시가 없다.) 그리고 사진마다 지구의 색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물론 당연히 다르게 보인다. 이 사진은 모두 지구의 낮 부분에서 찍은 화면들인데, 그 시점에 태양의 밝기가 다를 수 있고, 지표면의 반사율이 달라질 수도 있다. 지구의 사진을 찍을 때 같은 경도 상공에서 찍었다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시간 간격이 멀리 떨어져있는 경우 촬영에 사용된 인공위성이 다를 수 있고, 따라서 그 인공위성에 장착된 카메라의 종류가 다를 수 있다. 카메라의 종류가 같다고 하더라도 시기에 따라 카메라의 센서가 열화되면서 색상에 대한 반응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저자는 촬영할 때 마다 카메라 렌즈에 다른 색의 필터를 장착했다는 뜻이냐?(25쪽) 라고 반문하고 있는데, 카메라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색이 다른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NASA가 인공위성에서 받은 화상 정보를 그림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이 신호를 처리하는 방법이 달라지거나, 신호를 처리하는 담당자가 달라진다면 색상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화상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더 정확한 색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즉, 이것은 지구의 사진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조작되었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저자의 이 주장을 내가 위와 같이 반박한다고 하여 지구의 사진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조작되지 않은 실제 사진이라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역으로, 지구의 사진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조작되었다는 증거가 되지도 않는다.

    방금 위의 설명은 챕터 1의 첫 페이지에 있는 첫번째 문단에 대한 해설이었다.

    두번째 문단을 보자. 저자는 1997년, 2002년, 2007년 사진의 우측에 약간 어두운 부분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이 지구가 구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의 사진에는 그런 어두운 부분이 없이 명암이 비슷하게 들어가 있어서 구체가 아닌 원반처럼 보인다고 하면서, 이처럼 어두운 부분이 있는 사진과 없는 사진이 공존하고 연도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역시 이것은 지구를 촬영한 사진이 모두 조작되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26쪽) 물론 이것 역시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는 주장인데, 왜냐하면 태양과 지구와 사진을 촬영한 인공위성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정확히 낮 부분을 촬영할 것인가, 저녁으로 넘어가는 부분을 촬영할 것인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서 네번째 문단을 보면 2007년과 2012년의 지구 사진을 비교하면서, 북미대륙의 크기가 서너배는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나는 이 지점에서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저자를 이해시킬 수 있을지 잘 떠오르지 않아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쳐도, 지구의 지도를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북미대륙의 크기가 서너배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긴 한데 아무래도 그걸 직접 보여준다고 해도 믿을 것 같지 않다.

    그 다음 문단이 바로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이어지는 소설 구조에서 바로 그 ‘절정’을 말한다. 여기서 저자는 ‘궤변론자들은 그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위의 사진의 모순을 합리화시키려 할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문제는 그 뒤에 저자가 적어둔 궤변론자들의 주장이 정말로 궤변이라는 것인데, 다음과 같다. ‘대기 중 수분의 밀도가 높아지면 그것이 확대경 작용을 해 대륙을 몇 배 정도는 크게 보이도 할 수도…’ 라고 한다. 어디의 어떤 궤변론자에게 들은 궤변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구가 둥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 대기 중 수분의 밀도를 운운하면서 그게 확대경 작용을 한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서 그들의 세치 혓바닥에 놀아나는 사람들은 순진한게 아니라 뇌가 없는 것이라고 적었다. 음, 그건 나도 동의한다.

    마지막으로 이 챕터의 ‘결말’은 깔끔하게 2002년도 지구 사진으로 마무리짓고 있다. “내 눈엔 그냥 허접한 삼류 디자이너가 만든 C.G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쓰면서, 그걸 왜 CG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유튜브에 자료를 올려두었다고 한다. 그 유튜브 영상을 감상하고 비평하는 것은 관심있는 다른 분의 작업으로 남겨두도록 하겠다. 주소가 필요한 분은 댓글로 요청을…

    (계속 이어집니다…)

  • 희대의 사기극 우주는 없다 (1)

    경고: 늘 그렇지만, 이번 리뷰도 해당 서적을 실제로 돈 내고 구입하여 읽은 다음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분량은 약 700페이지 정도이고, 표지에 적혀 있는 대로 800여장의 사진이 실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필요까지는 없는데, 저자는 친절하게도 책을 펼치자마자 있는 가장 첫 장인 ‘들어가기 전에’라는 챕터에서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들어가기 전에’를 요약하는 것은 이 책의 내용 전체를 요약하는 것이므로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이 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들어가기 전에’만 가볍게 읽어보고 구매할지, 읽을지, 버릴지 등을 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담을 하자면, 이 책을 대충 훑어봤을 때 대략 1쪽에 5개 이상의 지적할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은 ‘들어가기 전에’를 읽어보지 않더라도 여러분들은 구매할지, 읽을지, 버릴지 등을 정할 수 있다. 사지 말고, 읽지 마라. 명령조로 말해서 기분이 나쁜 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가령 여러분이 매운걸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캡사이신 원액을 마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무튼 그 다음, ‘저자와 독자 간의 합의서’라는 챕터가 있다. 이 챕터에서는 “이 책 읽기 싫으면 폐지함 말고 저자에게 버려라”, “이 책은 조기 매진되겠지만 돈이 없어서 2쇄는 못 찍을것 같다”, “1인당 10권 이상 사지 마라” 등등의 합의 사항들이 적혀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버리기 위해 필요한 저자의 실제 주소, 후원금을 받을 계좌번호,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연락처 등이 적혀 있다. 그리고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소, 고발 당해서 이 책이 판매금지를 당하거나 저자가 감옥에 가게 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을 걱정스러워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기는 감옥생활을 잘 해낼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라졌다.

    여담이긴 한데, 이 책을 읽는데 또 하나의 장애물은 글꼴이다. 저자의 취향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글꼴은 ‘굴림체’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MS윈도우에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는 한글 글꼴인 ‘굴림체’와 ‘굴림’ 중에서 ‘굴림’이다. 그리고 책의 모서리에 보면 쪽 번호와 함께 그 챕터의 제목이 적혀 있는데, 이 부분의 글꼴이 ‘명조’이다. 의도적인 것인지 착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금 전에 사라진 자신감과 함께 내가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가 하는 고뇌가 시작되었다.

    세번째 챕터로 드디어 ‘머리말’이 나온다. 저자는 머릿말에서 밝히기를 ‘난 수학이나 천문학, 물리학에는 전혀 소질이 없다’고 하고 있다. (17쪽) 수학, 천문학, 물리학에 재능이 뛰어나고 수많은 공부를 하신 분들의 이론을 어떻게 격파할지 기대되지만, 앞서 말했듯이 사실 난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다. 중간중간에 ‘아직은 내가 만취한 정신병자처럼 보이겠지만 … 그대의 고정관념은 사정없이 부서져 버리고 말 것이며 … 진리가 무엇인지 깨우치게 될 것이다.'(17쪽) 같은 문학적인 표현, ‘지금껏 반세기 이상을 개잡것들의 사기극에 놀아났다는 생각'(22쪽) 같은 비속어 표현이 꽤 보이는데, 과학 교양 서적 또는 학술 서적에서 사용하기에는 절대로 적절하지 않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ㅋㅋㅋㅋ’ (21쪽) 같은 표현도 나오는데 이것 역시 일일이 지적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런걸 지적하다보면 아마 내가 죽을 때 까지 이 리뷰를 작성하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저자는 본인의 주장이 맞는다면 우주가 존재하지 않으니 인공위성도 없고 로켓 발사 동영상은 다 합성이며 천체의 자전과 공전 이론이 모순투성이일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이 세가지 관점을 주로 논파하여 우주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17쪽) 하지만 문제가 있다. 여러분들은 형식논리의 3단논법에서 ‘P이면 Q이다’라는 주장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때, ‘Q가 참이다’를 증명했다고 해서 ‘P가 참이다’가 증명되지는 않는다는 것 역시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P는 ‘우주가 존재하지 않는다’이고 Q는 ‘인공위성이 없고, 로켓 동영상은 합성이고, 천체 이론은 모순이다’이다. 이 내용을 적은 문단의 바로 앞에서 ‘논리력이나 상상력, 이해력은 조금 좋은 편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머릿말에서 형식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이 주장은 거짓말인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암흑물질 이야기가 나온다. 암흑물질의 분포를 찍어서 NASA에서 공개한 사진을 제시하며, 암흑물질은 빛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데 사진은 어떻게 찍을 수 있었는가? 컴퓨터 그래픽이다! 라고 한다. 또한, 허블 우주 망원경이 시속 27,324 킬로미터로 지구 주변을 공전하면서 찍은 사진인데 너무 선명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구는 태양 주변을 시속 108,000킬로미터로 공전하고 있으니 허블 우주 망원경의 속도는 시속 10만킬로미터가 넘는다. 게다가 우리 은하 중심에 대한 태양의 공전, 우리 은하가 속한 국부은하군에 대한 우리 은하의 공전, 처녀자리 초은하단에 대한 우리 국부은하군의 이동을 다 따지면 초속 60만 킬로미터를 넘어서게 된다고 한다. (20쪽) 여기서, 앞에 시속 10만킬로미터로 쓴 것도 맞고, 뒤에 초속 60만 킬로미터로 쓴 것도 맞으니 여러분들은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초속 60만 킬로미터라는 부분에 주석을 달아놓고, 이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모순이므로 천체물리 학계에서는 태양보다 멀리 있는 천체의 공전속도나 공전 여부에 대해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21쪽) 그리고 94년에 찍혔다는 천국의 사진을 놓고 뭐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 사진이 전송되 날짜가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당신을 다 속여왔다는 의심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첫 20페이지 정도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감히 단언컨대, 제대로 공부한 과학 전공자 중에서는 내가 이 책을 가장 많이 읽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을 자신은 없다.

    (이어서…)

  • 편집된 역사

    각종 음모론이나 비주류 과학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책. 초고대 문명, 창조론, 아틀란티스 문명, 외계문명 등의 이야기를 주류 과학자들이 다 알면서 감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성자별이 외계 문명의 신호라는 가설은 매우 황당한데, 중성자별의 펄서 주기의 정확도가 17자리라고 하면서, 지구에서 가장 정확하다는 원자시계보다 더 정확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구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보다 더 정확한 신호는 더 정확한지 아닌지 측정할 수 없다. 오차의 한계 미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을 몇 개만 발췌해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암석 연대 측정에 화석을 이용하고, 화석의 연대 측정에 암석을 이용하는 것은 순환논리이다.(31쪽)

    과학계는 성경에 나오는 홍수의 증거를 보고서는, 성경을 부정하기 위해 과거에 빙하기라는 것이 있었다는 이론을 만들어 냈다. (108쪽)

    태양이 핵융합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내부에서 만들어 낸다는 것은 거짓이다. 태양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인다. (139쪽)

    제우스의 번개는 사실 목성에서 발생하는 번개이고(151쪽), 행성과 행성 사이에 번개 방전이 있었다.(155쪽)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이는 고대의 가르침이 틀렸다는 증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224쪽)

    600쪽이 조금 넘는 분량의 이 책을 성실하게 끝까지 다 읽는 것은 매우 지루한 일이었다. 예전에 한번 읽었었는데, 리뷰를 위해서 다시 읽으려고 보니 역시 힘든 일이었다. 다른 마도서와 비교할 때 이 책의 미덕은 책 뒷부분에 참고문헌이 적혀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을 설득력있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자들이 똘똘 뭉쳐서 거대한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발표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자연 현상에 관한 어떤 진실을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감출 수 있다면 현대의 기술은 그 근본부터 결과물까지 감춰져 있어야만 한다. 현대 과학에 따르면, 별에서 핵융합이 일어나는 것과 지구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는 것은 같은 물리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반도체 전자공학은 양자역학을 토대로 세워져 있고, 이것은 탄소연대측정법의 토대와 같은 이론이다. 둘 다 양자역학이다. 저자가 이 책 쓰는데 사용한 전화기와 컴퓨터가 마법의 도구라고 생각한다면 모를까…

    앞에서 태양이 핵융합을 안하고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인다고 했는데, 그럼 핵물리학과 중력이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태양의 밝기와 스펙트럼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있는가? 어느 정도의 오차를 갖더라도 설득력있는 측정결과를 제시할 수 있는 이론이 있는가? 있으면 제보 바란다. 궁금하다.